[‘대학 새내기 철학 입문서’ 20선]<20>철학, 삶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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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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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낯설게 돌아보라
◇철학, 삶을 만나다/ 강신주 지음·이학사

《“작지만 많은 자명한 것들로 우리의 삶은 영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의 삶은 항상 예기치 않은 사건들로 인해 낯설어지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철학을 필요로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삶을 낯설게 돌아보도록 만드는 불가피한 사태가 도래하기 전에, 철학적 사유를 통해 우리는 ‘미리 삶에 낯설어지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철학과 삶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우리의 삶 자체는 본성상 철학적일 수밖에 없고 거꾸로 철학은 삶 자체를 떠나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철학이 전문가들만의 특별한 것으로 취급받는 이상한 조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저자는 철학의 기본도구인 ‘생각(사유)’과 ‘낯설게 하기’를 차근차근 안내한다.

인간은 ‘항상’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낯선 상황에서만 생각한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을 갈 때처럼 모든 과정이 순조로울 때는 생각이 없지만 내가 준비한 생일선물을 받은 애인이 눈물을 흘린 뒤 먼저 자리를 뜬다면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으로부터 다양한 ‘기호’가 분출될 때 그것과의 ‘마주침’을 통해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질 들뢰즈는 이런 식으로 낯섦의 의미를 찾는 것을 ‘생각’이라고 했다. 인간의 생각은 낯섦과 불편함을 친숙함과 편안함으로 바꾸려는 자기배려라는 것이다.

낯설게 하기의 필요성은 그런 상황을 미리 준비하는 데 의미가 있다. 사랑을 하더라도 내 사랑의 의미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별의 순간에 당혹해할 수밖에 없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주치게 마련인 죽음, 특히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서는 철학적 사유의 필요성이 말할 수 없이 커진다. 들뢰즈는 “애인의 거짓말 때문에 고통 받은 남자의 경우처럼 진실은 친화성이나 선의지를 통해서 찾게 되는 것이 아니다. 진리는 어떤 사물과의 마주침에 의존하는데, 이 마주침은 우리에게 사유하도록 하고 참된 것을 찾도록 강요한다”고 설파했다.

저자는 우리가 자명하게 여기는 사랑과 가족에 대해 철학자들의 ‘낯설게 하기’를 소개한다. 게오르크 헤겔은 사랑에 대해 상대방을 완전히 이해하는 ‘하나’를 지향하는 관점으로 설명하려 했지만 실패를 했다고 평가한다. 오히려 사랑은 애초부터 ‘둘’이라고 생각한 알랭 바디우의 생각이 실체에 더 가까운 것이라고 제시한다.

저자는 즐거운 주체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수단과 목적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네덜란드 문화사가 요한 하위징아의 말을 끌어들인다. 대학입시를 위해 고교생활을 포기하고, 취업을 위해 대학생활의 즐거움을 연기하는 것이 올바른 일인지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닷가에 놀러간 아이들은 모래성을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 쌓는다. 목적과 수단이 다르지 않기에 모래성이 부서져도 화를 내거나 슬퍼하지 않고 웃으며 다시 쌓을 뿐이다.

타자에 대한 올바른 태도에 대해서는 자크 데리다의 선물의 논리로 설명한다. 데리다는 선물이 뇌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상호관계, 반환, 교환, 대응 선물, 부채 의식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복잡한 말처럼 들리지만 “일체의 대가 없이 가진 것을 줘야 한다”는 말이다. 선물의 논리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 이면에는 타자와의 사랑이라는 관계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대가를 생각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타자와의 사랑을 회복하겠다는 것과 동일한 것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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