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임종덕]남해안, 공룡 놀이터 혹은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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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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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고성군에서 지난해 9월 발견된 뿔공룡의 턱뼈와 이빨에 관한 연구결과가 영국 브리스틀에서 개최된 제69차 세계척추고생물학회에서 발표되면서 한반도 공룡의 정체가 점점 밝혀지고 있다. 지금까지 고성군을 포함한 남해안 지역에서는 수만 점의 공룡발자국 화석, 알둥지 화석, 뼈 화석이 발견됐지만 어떤 종류의 공룡인지를 정확히 알아낼 수 있는 두개골이나 이빨이 온전한 모습으로 발견되기는 처음이었다.

남해안은 척추동물(공룡, 익룡, 새)의 세계적인 발자국 화석 산지로 자리 매김을 한 지 오래됐다. 기네스북에 공식 등재된 세계 최소 공룡발자국의 기록을 경신한 화석도 포함된다. 이 발자국 화석은 경남 남해에서 발견된 육식공룡의 것이다. 길이 1.27cm, 폭 1.06cm에 불과할 정도로 작다. 이름도 ‘소형 공룡발자국’이라는 뜻을 지닌 미니사우리푸스(Minisauripus)로 되어 있는데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언론이 비중 있게 다뤘다.

국내에서 발견된 화석, 1.3cm도 되지 않는 작은 화석 한 점에 왜 세계적인 언론매체가 관심을 보일까, 우선 공룡이 남긴 발자국 화석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아주 오래전, 이 땅에 살았던 동물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즉 자연유산에 속하는 소중한 보물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쥐라기공원’과 같은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영향으로 굳어진 ‘공룡=크다’는 인식을 깨어버린 결과이기 때문이다. 1.27cm의 발자국을 남겼던 공룡, 그것도 초식이 아닌 육식공룡의 크기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연구결과 이 귀여운 육식공룡의 크기는 골반까지의 높이가 5.7cm로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소형 수각류는 발자국 길이의 4.5배가 골반까지의 높이에 해당된다. 이 작은 육식공룡의 발자국 덕분에 이제 공룡을 소재로 하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최소형 육식공룡이 등장할 날이 머지않았다.

공룡발자국뿐 아니라 익룡발자국과 새발자국 화석도 세계적으로 학술적 가치를 지닌 표본이 우리나라에서 계속 발견됐다. 작년 5월 경북 군위의 중생대 백악기 전기 지층에서 발견된 익룡의 앞발자국 화석은 길이가 35.4cm, 폭 17.3cm로 세계 최대였다. 이 시기에 이렇게 거대한 익룡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처음으로 알게 됐다. 지금까지는 거대한 익룡의 화석이 백악기 후기 지층(미국과 루마니아 등)에서만 발견됐다.

공룡이 살던 시대인 중생대에는 새도 존재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중생대 조류 25종 가운데 6종이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의 지명으로 새로운 학명으로 명명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천연기념물 제395호로 지정된 경남 진주 가진리의 새발자국과 공룡발자국 화석 산지와 같은 지층에서 공룡발자국과 최소 3종류 이상의 새발자국이 함께 나오고 있다. 이런 화석 산지는 세계적으로 극히 드물다. 이곳에서만 발견되는 새발자국 화석이 1만 개가 넘을 정도이니 중생대 백악기 조류의 생활상과 환경을 분석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열쇠를 지닌 보물창고라고 할 수 있다.

올 5월에는 전 세계에서 발견된 중생대 새발자국 화석에 대해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미국의 대학원생이 한국에서 1개월간 머물 예정이다. 논문의 가장 중요한 자료가 될 새발자국 표본이 있는 곳이 바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우리의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자연유산이기 때문이다. 공룡발자국을 통한 과거로의 여행으로 오늘의 우리를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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