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전원책]해도 너무한 ‘김길태 팬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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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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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살인마 찰스 맨슨은 고아였다. 13세 때 처음 무장 강도질을 한 뒤로 교도소를 전전했는데 감옥에서 기타를 배워 출소 후 팝그룹을 만들었다. 머리와 수염을 길러 선지자 흉내를 냈고 추종자를 모아 ‘맨슨 패밀리’를 만들어 함께 생활했다. ‘패밀리’의 생활은 마약과 혼음 그리고 범죄로 얼룩졌다. 구성원은 대부분 정상적인 삶을 살던 사람이었다.

‘맨슨 패밀리’의 활동은 1969년 살인강도로 변했다. 가장 잔혹했던 일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집에 침입하여 여배우 샤론 데이트를 비롯한 다섯 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이다. 이들은 45명이나 살해한 뒤 잡혔다. 맨슨은 체포된 뒤 그의 범행을 사회의 책임으로 돌렸다. 그는 “대등한 눈길로 바라보면 내게서 너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라고 떠들었다. 맨슨은 낙오자의 영웅으로 떠올랐고 반문화(反文化)의 상징이 되었다. 그의 이름을 딴 밴드가 만들어졌고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었다.

김길태가 검거된 이튿날 인터넷에 팬카페가 만들어졌다. 한국판 맨슨의 추종자가 2000명이나 몰려든 카페에는 ‘석방추진 글쓰기’ ‘김길태 그림그리기’ 같은 코너에다 그를 영웅으로 만드는 ‘김길태님의 난중일기’도 있다. 진짜 범인이 아니다, 돈 모아 자장면을 배달하자, 면회 가자는 글 말고도 영웅 등장, 그가 바로 의적이라는 등 운영자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도 있다. 여중생의 죽음을 비하하는 글은 셀 수 없이 많다. 돈 없고 힘없으면 패배하는 것이라는 글은 심각한 가치전도를 보여준다. 경찰은 DNA가 일치하지 않아 김 씨가 풀려났다는 글을 두고 허위사실 유포로 수사하고 있다. 포털 업체에 카페의 폐쇄도 요구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범죄자를 영웅시하고 외모가 멋있다며 미화하는 이런 막장 같은 일이 어떻게 태연하게 벌어질까. 더 기가 막힌 것은 작년 10월 조두순 사건 때 ‘성범죄자의 인권을 위한 카페’라는 것이 개설되어 회원이 4000여 명이나 된다는 점이다. 그 운영자가 국가인권위에 김길태의 얼굴 공개가 인권을 침해했다며 진정서를 넣었다 한다. 유영철과 강호순의 팬카페도 만들어졌다. 김길태나 강호순의 인권도 무시되어선 안 되지만 그런 카페가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 개설되었다고 보는 사람은 이미 정상이 아니다.

이유는 많다. 가족제도가 붕괴되고 신앙심이 약화된 탓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열등의식이 잠재된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데 대한 일그러진 동경심이 원인일 것이다. 인터넷의 자율적인 정화를 말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배설유혹은 좀처럼 뿌리치지 못한다. 이 판에 포털업체는 정보유통 플랫폼의 역할을 담당할 뿐 도덕적 가치판단을 할 수 없다고 변명했다. 돈벌이만 알았지 기본적인 상식도 예의도 없는 말이다. 말초적인 뉴스로 메인 화면을 도배하면서 언론 흉내를 낸 지가 언제인데 그런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을 하는 것인가.

이런 저질 반문화는 맨슨 같은 우상숭배와 함께 모방범죄를 부른다. 윤리와 도덕을 송두리째 내던지는 이런 유의 행태를 두고 철없는 아이들의 놀이문화로 눈감을 수는 없다. 그러기엔 너무 위험한 병균을 방치하는 셈이다. 민주화가 일천하다 보니 뭐든지 표현의 자유를 갖다 붙이는 이런 아이들과 막장 어른에게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인 자유가 아니라 사회질서 등을 위해서는 제한받는다는 설명은 통하지 않는다.

강호순 팬카페를 만든 아이는 17세 남학생으로 ID는 ‘위대한 살인자(Great Killer)’였다. 병은 이미 깊어 있다. 카페를 만든 몇몇 낙오자를 처벌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광범위한 도덕재무장 운동을 벌여야 악성 균을 내몰 수 있다. 가정과 학교, 정부와 기업이 모두 손을 잡아야 해결할 수 있다.

전원책 변호사



▲ 동영상 = 물탱크 속에 사체 쳐 넣어…김길태 현장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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