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한]식약청, 1년 동안 ‘카바수술 논란’ 검증도 못했나

  • Array
  • 입력 2010년 3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건국대병원 송명근 교수가 개발한 심장 카바(CARVAR·대동맥근부 및 판막성형) 수술법의 안전성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만큼 문제가 있으면 빨리 중지시키든지, 문제없는 신의료기술이면 국가가 적극적으로 보증해 줘야지 왜 논란만 일으키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송 교수는 지금까지 모두 713건의 카바 수술을 시술했다.

동아일보가 1년 전 ‘카바 수술로 20명에게서 총 27건의 부작용 사례가 발생했다’는 동료 교수들의 지적을 처음 보도했을 때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제대로 검증을 했다면 적어도 이런 혼란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다.

당시 식약청은 수술재료나 기기 문제들을 심사하는 ‘의료기기 위원회’에 카바 수술의 부작용 신고사례 심의를 맡겼다. 위원회는 식약청에서 허가받은 의료기기 사용 중 부작용 신고가 들어오면 회의를 열어 재료의 안전성 여부를 심의한다. 매년 7, 8회 심의한다. 하지만 당시 위원회는 카바 수술법 자체를 검증하지 않고 카바에 사용된 재료만 검증했다. 식약청의 결론은 ‘부작용과 재료는 관련이 없다’였다.

카바에 사용된 재료 자체는 인체에 감염을 일으킬 만한 물질이 아니므로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당시 13명의 위원 중에는 흉부외과나 심장내과 등 카바 수술법을 판단할 만한 전문가들은 없었다. 또 2008년 12월 부작용이 신고된 지 4개월이 지나서야 열렸다.

물론 이에 대해 식약청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당시 식약청 관계자는 “카바 수술법에 대해서는 우리가 검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면서 선을 그었다.

신의료기술 평가를 담당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결국 식약청의 결론을 바탕으로 3년 기한의 조건부 비급여로 승인하고 안전성에 대한 최종 결론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떠넘겼다.

수술재료 또는 의료기기와 수술법의 관계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그럼에도 이를 분리해서 심사하겠다는 발상이 이번과 같은 문제로 번진 것이다. 허가 때는 수술법과 수술에 이용되는 재료의 안전성을 같이 평가하고, 나중에 부작용 보고가 있으면 수술법과 기기·재료의 연관성을 같이 고려했어야 한다. 제도가 없다면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송 교수가 호소하는 문제점이기도 하다.

심평원도 새로운 의료기술에 보험 급여 혜택을 줄지를 결정할 때 학회의 의견을 듣는다. 식약청도 전문 위원회를 꾸려 학회의 의견을 들어야 했다. 앞으로 유사한 일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이진한 의사·교육복지부 liked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