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日서 환대받는 시진핑과 중국의 국제책임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7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과 조찬을 함께한 뒤 서둘러 기후변화 정상회의가 열리는 덴마크로 떠난다. 시 부주석은 오늘 방한할 예정이었으나 이 대통령과의 조찬회동을 원하는 정부의 요청으로 어제 저녁 서울에 도착했다. 시 부주석은 중국 권력서열 6위지만 우리 정부의 의전과 예우는 국빈 수준이다. 일본도 그를 국가원수급으로 예우했다. 한국도 일본도 2012년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뒤를 이을 것이 확실시되는 시 부주석을 사실상 최고 지도자로 맞이한다.

직접민주주의를 채택하지 않은 중국에서 국가지도자의 위상은 거의 절대적이다. 시 부주석의 주석 등극은 불과 3년 뒤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가 그를 극진하게 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중국 지도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한중 관계 진전은 그만큼 쉬워진다.

시 부주석은 12일 기자회견에서 4년 전 저장 성 당서기 시절 한국을 방문했을 때 만났던 우리 측 인사들을 거명하며 “이번 방문을 통해 양국 간 각 분야에서 교류가 강화되고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가 더 긴밀하게 추진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우리의 바람이기도 하다. 그의 방한을 한중 관계 도약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한일 양국의 지극한 예우에는 중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다. 미국과 나란히 G2 반열에 오른 중국이 국제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주문이기도 하다. 특히 북한에 관한 중국의 영향력은 그 어느 나라보다 강하다. 시 부주석은 남북한 정상을 모두 만난 흔치 않은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3월 부주석으로 취임한 뒤 첫 외국 방문으로 북한을 택해 6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해서는 “중국의 국가이익에 위배되는 일”이라며 분명하게 반대의사를 밝혔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으려면 이제는 말이 아니라 구체적 행동으로 북한의 핵 포기를 촉구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도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걸맞은 역할을 기대하는 분야다. 중국은 202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05년 대비 40∼45% 줄이겠다고 했지만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GDP가 2배로 증가하면 오히려 배출량을 55∼60% 늘려도 된다. 한국이 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안을 제시한 것에 비하면 너무 안이하다.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인 중국이 그런 목표를 고집하면 코펜하겐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의미 있는 결론이 나오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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