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주우진]선진국 연합군에 포위된 한국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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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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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은 지난해 10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 깊은 불황에 빠졌다. 그때 한국에서도 업계와 정부가 대책회의를 하면서 2009년을 보낼 것을 걱정하였던 기억이 난다. 1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 자동차산업은 여유를 되찾은 모습이다. 정부의 신속한 대응조치와 완성차업체의 공격적 마케팅으로 위기 국면을 기회 국면으로 전환하게 됐다. 특히 기아차가 흑자로 전환하고 현대·기아자동차가 세계시장 점유율 5%를 돌파한 일은 우리 산업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최근에 또 다른 도전을 받고 있다. 현대·기아차를 공격하기 위해 미국 유럽 일본 업체가 연합군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피아트는 크라이슬러를 인수하고 폴크스바겐은 스즈키를 인수하여 각각 미국과 인도시장에서 현대·기아차를 견제하려고 한다. 이외에도 푸조와 미쓰비시, 재규어와 타타, 볼보와 지리가 인수합병을 추진하면서 현대·기아차를 고립시키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한국 자동차산업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시 한 번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업계만의 노력으로 되지 않고 정부 기업 국민이 힘을 모았을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를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에는 내수시장 활성화 대책의 연장과 GM대우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고 싶다. 올 한 해 노후차 교체 지원정책으로 내수가 16% 증가했다. 그러나 한국의 내수시장은 15년 전 수준에도 못 미치므로 추가적인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견고한 내수 기반 위에 글로벌화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GM대우 금융지원과 관련하여 더욱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GM대우는 한때 100만 대 이상의 녹다운방식 수출을 한 기업으로 오늘도 한국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GM대우가 한국에 계속 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하지만 GM대우의 경쟁력을 볼 때 어떠한 형태로든 한국에 남아있을 것이다.

둘째, 자동차회사, 특히 현대·기아차에는 선도 기업으로서 산업발전과 시민사회를 위한 책임을 다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산업발전을 위해서는 부품업체와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자동차산업은 완성차 메이커의 노력 못지않게 부품업체의 품질과 기술이 중요하므로 부품업체와의 관계에서 단기적인 이익 극대화보다는 장기적인 경쟁력 향상을 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 사회를 위해서는 복지 및 문화활동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 사회적 책임 활동은 최근에 구미에서도 적극 강조하는데 이런 활동이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당부할 점은 자동차를 소비자의 처지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산업의 관점에서 생각해 달라는 것이다. 자동차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산업연관 효과가 크므로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크다. 그리고 독일과 일본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소득 4만 달러 시대가 되기까지 나라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한다. 그만큼 우리는 자동차산업을 지지하고 육성할 필요가 있다.

세계자동차 시장은 또다시 격변기에 처해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 자동차산업은 중심을 잡고 나아가야 한다. 지금 요란하게 진행되는 합종연횡은 수년이 지나면 다시 깨어질 것이다. 과거 다임러벤츠와 크라이슬러, BMW와 로버, GM과 피아트의 합병도 다 실패로 돌아갔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외국의 합종연횡에 신경 쓰기보다 기본을 충실히 하는 데 노력을 경주하는 편이 낫겠다.

주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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