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오코노기 마사오]美北 일괄타결의 차선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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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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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6자회담 복귀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끄는 미국 대표단 5명이 8일 평양을 방문한다. 북-미 양국 모두 일괄타결(포괄적인 해결)을 주장하고 있지만 서로 지향하고 있는 목표가 달라 결실을 보기까지는 순탄치 않은 여정이 예상된다.

본래 일괄타결이라는 것은 각자가 가장 필요한 부분을 서로 인정하고 교환하는 것이다. 한미일 3국이 북한에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완전한 핵 폐기를 주장하면 북한은 북-미 평화협정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보장체제의 구축과 미국 및 일본과의 국교정상화, 한국으로부터의 대규모 경제지원 등을 요구할 것이다. 이명박 한국 대통령이 주창하고 있는 ‘비핵 개방 3000’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남한이 경제지원을 하겠다는 일종의 일괄타결인 셈이다.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이번 방북을 계기로 지금까지 20년 이상을 끌어온 북한과의 협상을 살펴보면서 몇 가지 교훈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지를 주의 깊게 구분해 명확하게 인식해 두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첫째,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남한과의 체제 경쟁, 그 가운데서도 경제 경쟁에서의 패배와 냉전 종식에 따른 국제적 고립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북한 핵개발의 목적은 체제 유지, 즉 정권의 생존에 있다. 바꿔 말하면 북한은 자본주의로 체제를 전환하거나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대신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선택했다. 북한이 현재의 정치 경제 군사체제를 고집하는 한 핵개발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둘째, 전쟁의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에 북한의 체제 전복을 위해 미국이 군사력을 동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이다. 서울이 ‘불바다’가 되고, 미국의 많은 군인이 희생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이 이라크에서 실행한 선제 무력공격을 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승리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전쟁으로 인한 폐허더미와 대량의 난민, 천문학적인 전후복구 비용뿐이다.

셋째, 무력행사의 가능성을 배제한 채 단지 협박 및 위협과 같은 수단만으로는 북한의 핵개발을 중지시키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경제제재의 효과도 한정적이다. 군사적 위협과 경제적 제재는 오히려 북한의 ‘벼랑 끝 전술 정책’을 성공하게 만든 요인이 되기도 했다. 조지 W 부시 정권에서 두 번에 걸쳐 강경파가 대북정책의 주도권을 잡고 북한에 대한 중유 공급 중단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해체, 금융제재 등 다양한 조치를 취했지만 북한은 이를 교묘히 역이용해 원자로를 재가동했고 약 40kg의 플루토늄을 얻는 데 성공했다.

북한은 그동안 원자로의 가동이나 핵 재처리 등 핵개발 활동 또는 핵실험을 중단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미 제조한 핵무기나 핵물질의 소재를 명확히 밝히거나 철저한 검증을 허용하지는 않았다. 체제 유지가 핵개발의 목적인 한 북한의 이 같은 기존 방침은 변함없이 지속될 것이고, 북-미 간에 대담하고 상세한 일괄합의가 없다면 앞으로도 변경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괄타결’이 반드시 ‘일괄해결’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북-미 대화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당면한 6자회담의 재개와 북-미 대화의 지속, 북한의 핵개발 재동결, 대북 경제제재 해제 등의 조합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북-미 대화의 핵심을 평화협정 체결이나 국교정상화에 두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서해안에서의 해군 함정 무력충돌 등을 이유로 미국과의 교섭에서 한국을 끊임없이 배제하려 들 것임에 틀림없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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