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처 갈등도 못 풀면서 서비스 일자리 만들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8일 03시 00분


서비스 산업 활성화에 일자리 창출의 사활을 걸어야 할 형편이다. 산업별 고용통계에서 제조업은 ‘고용 없는 성장’을 보이는 반면 보건 교육 등 서비스 분야의 취업은 올 들어 작년 같은 달에 비해 적게는 1.4%에서 많게는 20.7%씩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제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위인 반면 서비스산업은 꼴찌에서 두 번째다. 서비스산업을 키우자면 의료 법률 교육 관광 컨벤션 등 서비스업 규제를 풀고 진입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어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내년 정부 예산안은 민생과 일자리 창출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짰다”며 조속한 국회 통과를 당부했다. 그제 기획재정부 등 18개 부처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병원 설립 등 ‘대외경제정책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그러나 서비스 업종의 주무 부처들인 보건복지가족부와 교육과학기술부, 법무부 등은 기득권 보호, 심지어 밥그릇 다툼에 매몰돼 있을 정도로 생각이 다르다. 재정부가 10일 ‘2010년 경제정책 방향과 과제’ 발표를 앞두고 관련부처와 최종 조율작업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5월에도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병원 설립을 허용한다는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관련부처의 반대로 논의가 중단됐다. 8월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미용업, 자동차대여업 등 서비스업 규제완화를 위해 마련한 토론회가 관련 업계의 방해로 무산됐다. 반대론자들은 부자만을 위한 정책이라거나 영세업자가 고사(枯死)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한쪽 측면만 보고 하는 소리다. 진입 장벽을 낮추면 일자리가 하나라도 더 생기고, 소비자에게는 더 싸고 더 좋은 서비스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OECD의 ‘성장을 위한 경제개혁’ 보고서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진입 장벽을 낮춰야 경쟁력이 커진다고 강조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두 달 전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업 규제완화 법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당이 도와 달라”고 말했지만 장관들 마인드부터 다잡을 필요가 있다. 정부가 부처 간 갈등조차 조정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국회와 관련업 종사자들을 설득하고, 국민을 이해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관계 장관들은 부처 이기주의를 버리고 국가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함께 만들어 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생산성이 낮은 한국 서비스업의 구조개혁을 권하고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