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대의 건설공사와 사무기기 등 납품업무를 둘러싼 각종 비리가 국방부 특별조사단의 재수사로 제한적이나마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수사를 통해 해군 및 해병대 대령 2명과 해군 상사, 서기관급 군무원 등 4명이 건설업체나 비품 납품업체, 수사 대상자로부터 3000만∼6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군내 비리를 감시하고 수사해야 할 군(軍) 검찰 간부의 직무유기 행태는 놀라울 정도다. 계룡대 근무지원단 소속 영관장교의 끈질긴 내부 고발이 없었더라면 아마 영원히 묻혀버렸을지도 모를 구조적 비리다.
해군 법무실장인 김모 대령의 처신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다. 그는 고등검찰부장 시절 친하게 지내던 군무원이 4000여만 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을 알고도 수사에 나서지 않는 대가로 뇌물액수의 1.5배인 6000만 원을 챙겼다. 법무실장으로 옮긴 뒤인 올해 2월엔 국방부 검찰단의 재수사 내용을 수사 대상자에게 알려줘 대비시키고, 참고인에겐 허위진술까지 강요했다. 2006년부터 6차례의 재수사가 매번 무혐의로 끝난 이유를 이제야 알 만하다. 이것이 법무실장 혼자만의 힘으로 가능한 일인지도 의문이다. 윗선의 가담 여부를 철저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
해군과 해병대가 발주한 공사를 특정업체가 수주토록 해주고 3000만 원을 받은 군무원은 해군 영관급 진급 알선의 대가로 3800만 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 서기관급 군무원이 영관급 진급을 미끼로 뇌물을 받았다니, 군 인사 기강이 어쩌다 이렇게 무너졌는지 기가 막힌다. 도대체 누구에게 진급을 청탁했는지, 몇 명이 진급에 성공했는지 소상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다. 군무원은 진급 알선 외에 해군 부사관 선발시험에 합격시켜주겠다며 뇌물을 챙기기도 했다. 해군 상사는 비품을 비싼 가격에 납품토록 해 정상 가격과의 차액을 뇌물로 받았다. 나라 재산을 훔친 행위와 다름없다.
군 관련 비리가 간헐적으로 노출되긴 했지만 이번처럼 얽히고설킨 부패상이 드러난 일은 드물다. 오로지 전투력 향상을 위한 훈련에 땀을 흘리는 장병, 그리고 군을 신뢰하는 국민에게 안겨준 실망이 크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군납 관련 근무자들의 재산등록을 강화하고 군 검찰의 수사기능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