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임순]임신중절 줄이려면 ‘먹는 피임약’ 사용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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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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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공임신중절 문제가 이슈다. 인공임신중절이 적절하지 못하게 행해지고 있지만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정책적, 인식적 변화도 중요하겠지만 좀 더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선행돼야 하는 점은 여성의 건강을 우선시하는 사회적 인식이다. 인공임신중절이 여성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간과하기엔 위험성이 매우 크다.

인공임신중절은 진행 중인 임신 상태를 인위적으로 중단시키기 때문에 여성의 신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술로 태아의 산물을 긁어내는 도중 심한 출혈이나 자궁의 심각한 손상이 생길 수 있으며 자궁이나 나팔관에 염증이 생겨 자궁외임신이나 불임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인공임신중절은 심한 죄책감이나 분노, 수치 등 정신적인 고통을 동반한다.

따라서 파트너는 물론이고 여성 스스로가 신체의 건강과 그 영향을 먼저 생각한다면 인공임신중절이 행해질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사전에 배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한 점에서 정책적 변화나 의사들의 윤리의식 변화보다는 올바른 피임 관련 정보 전달과 체계적인 성교육이 우선돼야 한다.

무엇보다 원치 않는 임신으로 여성이 고통 받지 않으려면 여성 스스로 피임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2004∼2006년 배우자가 있는 15∼44세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 중 절반 이상은 피임을 실천했음에도 임신이 된 ‘실패임신’이었다.

미국, 유럽 등은 먹는 피임약처럼 여성 주도적이면서도 피임 효과가 높은 피임법을 선호하지만 국내에서는 먹는 피임약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고 잘못된 편견을 갖고 있어 사용 빈도가 매우 낮다. 먹는 피임약은 임신에 대한 책임을 남자에게만 맡길 수 없다는 인식을 줄뿐더러 피임 효과가 확실하고, 생리 전 불쾌장애 치료나 생리통, 생리량 감소 등 여성 건강상의 이점이 있다.

법적인 제재나 제도의 변화도 인공임신중절을 줄이기 위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여성이 계획된 임신과 올바른 피임을 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좀 더 궁극적인 대안이다. 어려서부터 생명존중사상 그리고 올바른 피임에 대한 정보와 적합한 피임 방법에 관심을 가지게 되므로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한 인공임신중절을 피할 수 있다.

이임순 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피임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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