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신동엽]삼성전자 40돌, 진짜 창조경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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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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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40주년을 맞아 발표한 삼성전자의 2020 비전은 한국 기업 연구자인 필자의 가슴을 뛰게 한다. 사상 최대 성과를 창출한 시점에서 새 비전을 발표한 모습을 보면 10여 년 전 반도체로 처음 글로벌 플레이어가 됐을 때에 비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숙했음을 알 수 있다. 삼성뿐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2020 비전의 달성을 위해 삼성전자가 해결해야 할 세 가지 과제를 제언한다.

소비자 시각의 스토리텔링 필요

첫째, 비전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이번 비전은 2020년까지 매출액 4000억 달러, 세계 정보기술(IT)산업 1위, 세계 10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슬로건으로 ‘미래사회에 대한 영감, 새로운 미래 창조’를 강조했다. 비전을 전공하는 필자가 볼 때 2020 비전은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비전을 달성했을 때 인류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며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창출할지에 대한 언급이 없이 삼성전자 자체의 성과목표에 초점을 맞췄다는 사실이다. 기업 비전은 반드시 소비자 시각에서 스토리텔링을 해야 한다.

값싼 자동차를 대량으로 만들어 말과 마차에 의존하던 인류의 교통시스템을 바꾸겠다는 20세기 초 헨리 포드의 대량생산 비전이나 8세 어린이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값싼 컴퓨터를 개인이 가지게 해서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가치를 창출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스티브 잡스의 1970년대 IT혁명 비전 등 세상을 바꾼 비전은 예외 없이 소비자 시각에서 스토리텔링을 했다. 최근 GE의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녹색사업)’ 비전이나 IBM의 ‘스마터 플래닛(Smarter Planet)’ 비전도 마찬가지이다. 삼성의 2020 비전이 가장 시급히 보완해야 할 과제이다.

둘째, 진정한 창조경영을 실천해야 한다. ‘미래사회에 대한 영감, 새로운 미래 창조’라는 슬로건이 강조하듯이 2020 비전은 창조경영으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2006년에 이건희 전 회장이 창조경영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에서 창조경영의 실천은 미미했고 대부분 기존 사업에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과거 삼성의 강점인 좀 더 싸고 좀 더 개선된 제품으로 선두 기업을 따라잡는 패스트 폴로어(fast follower) 전략과 선두에서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조경영은 전혀 다르다. 창조경영의 실천에는 미래에 대한 상상력, 메가 트렌드에 대한 통찰력, 그리고 이질적 분야를 융·복합화하는 메타 콘셉트력 등 삼성전자의 기존 강점과는 전혀 다른 역량이 필요하다.

우량기업서 리딩기업 도약해야

셋째, 성공의 덫에서 벗어나야 한다. 삼성의 기존 성공공식은 철저한 계획과 치밀한 통제를 강조하는 관리경영이었다. 관리경영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유로운 상상과 실험을 통해 세계 최초로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창조경영에는 가장 큰 장애 요인인 성공의 덫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의 대표적 관리경영 기법인 PS/PI 성과급제는 과감한 미래지향적 시도를 가로막고 사업부별 성과주의인 GBM제도는 사업부 간 경계를 넘어선 융·복합화를 통한 새로운 가치창조를 방해한다.

세상의 발전을 선두에서 이끌고 나가는 리딩 기업과 수익창출을 잘하는 우량 기업은 다르다. 진정한 글로벌 리딩 기업은 성과로 실현되는 결과뿐 아니라 성과창출의 과정도 세계 최고의 롤 모델이 돼야 한다. 2020 비전으로 삼성전자가 과정과 결과 양면에서 모두 진정한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재탄생하여 삼성그룹뿐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기업이 GE나 도요타, 애플, 구글을 넘어설 수 있다는 비전을 꿈꾸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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