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 美대사가 환경부장관 만난 사연은

  • 입력 2008년 12월 29일 16시 22분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가 지난 16일 이만의 환경부 장관을 만나 GM을 비롯한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다음달부터 강화되는 배출가스 허용기준 적용을 유예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요? 미국의 이런 요청은 한미FTA 비준이 당초 일정보다 늦춰지면서 미국산 자동차들이 내년부터 강화되는 국내 자동차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수출이 봉쇄될 위기에 처해지면서 나온 것입니다.

국내 대기환경보전법은 2009년 1월부터 휘발유 승용차의 탄화수소(HC) 배출량을 현행 주행거리 1㎞당 0.047g이하(LEV수준)에서 0.025g이하(ULEV)로 강화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탄화수소는 이산화탄소와 마찬가지로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이고 햇빛과 결합해 오존을 만들어내는 유해물질이기 때문에 각국이 환경기준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국산은 물론이고 유럽과 일본 자동차들은 벌써부터 이런 기준에 맞춰 자동차를 제작하고 있습니다만 미국 자동차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환경기준이 느슨한 자국 기준에 맞춰 기술개발을 소홀히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해 타결된 한미FTA 조항에서 양국은 연간 4500대 미만 수입차에 대해선 현행처럼 0.047g규정을 계속 적용하는 것으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양국 모두 한미FTA를 비준하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 자동차들이 이 규정의 적용을 받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정부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이전까지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당연한 조치라고 봅니다.

우리는 이번 사례에서 정부가 글로벌 환경기준을 무시할 경우 그 피해는 기업과 나라에 부메랑이 되어 고스란히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부시 대통령이 교토의정서를 탈퇴하고 빅3가 의회에서 최소연비법의 통과를 막는데 골몰했던 대가를 지금 미국 자동차회사들은 혹독하게 치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2분논평이었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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