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익대표를 만나 퇴임을 맞는 감회와 ‘문지 30년’의 의의, 최근 문학계 풍토에 대한 견해 등을 들어보았다.
-30년이 가진 무게가 사뭇 남다릅니다. 그동안 ‘문학과 지성’이 걸어온 길을 평하신다면….
“1966년 창간된 ‘창작과 비평’과 함께 ‘문지’는 한국 문화계의 두 축을 이어왔다고 생각합니다. 창비가 참여와 평등의 논점에 기울어져 있었다면 창간 당시 문지는 자유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순수문학에 관심을 기울였지요. 7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가장 풍부한 자산은 문지가 보유하고 있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이는 1990년대 각 일간지 신춘문예 평론부문당선작이 다룬 작품의 70%가 문지 작가의 작품이라는 데서도 확인되는 일입니다.”
-25년간 운영한 회사를 후배들에게 넘겨주는 결단이 쉽지 않았을 듯싶습니다.
“문학과지성사는 동인들이 힘을 합쳐 출범시킨 회사입니다. 동인의 자녀들도 있으니 이들에게 경영권을 줄 수도 있겠지만, 문학적 후배들에게 경영을 넘겨주는 것이 더욱 믿음직하게 여겨졌습니다.”
-앞으로 문학과지성사는 어떻게 운영됩니까.
“18일 주총이 열려야 결과가 나옵니다만, 채호기 현 상무 겸 주간이 대표로 취임하고 정과리 홍정선 성민엽씨 등이 함께 의논해 회사를 이끌어 갈 것입니다. 이들은 80년 신군부에 의한 ‘문학과 지성’ 폐간 이후 문지의 어려운 시기에 합류했고 88년 ‘문학과 사회’ 창간을 주도한 세대입니다.”
-2000년에 새로운 세대가 전면에 나서게 된다는 데 특별한 의미를 두셨는지요.
“94년에 문지는 주식회사 체제를 갖추게 되었고 3년 대표임기 두 번을 지냈습니다. 이미 6년 전에 경영권을 인계할 수 있는 메카니즘을 갖춘 셈이죠. 이미 세상은 아날로그 세대에서 디지털 세대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우리 세대는 20세기적 인간입니다. 열심히 배우고는 있지만 문화적 변화를 끝까지 따라갈 수 없습니다.
-디지털 세대를 거론하셨습니다만, 최근 기술문명의 빠른 진보와 함께 문학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십니까.
“문화 자체가 문자미디어에서 영상미디어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에, 문학의 위상은 변두리로 몰려갈 수 밖에 없습니다. 중세시대에 인쇄술이 등장하면서 문학의 위치와 성격 등이 송두리째 바뀐 것처럼, 컴퓨터 기술이 문학을 바꾸어나가는 것 역시 피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퇴임한 뒤에는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경영자로서의 일을 그만두는 것이지 문학에 대한 관심을 단숨에 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다만 계획으로부터도 해방되고 싶습니다. 최소한 몇 달 동안은 모든 일로부터 자유로워지려 합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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