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가경정예산 80억 원을 들여 초등돌봄교실 3484곳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키로 한 가운데 최근 새로운 미세먼지 정화필터 기준을 정해 각 교육청에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미세먼지 기준이 가정용보다도 떨어져 예산만 낭비한다”며 시민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다.
7일 교육부에 따르면 6월 17일 ‘학교 공기정화장치 등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고시 제정안’이 공고됐다. 학교보건법 시행규칙이 바뀌면서 그동안 ‘가이드’로 운영되던 학교 공기정화장치 설치 규정이 교육부 장관의 고시 사항이 됐다. 이를 통해 교육부는 학교에 설치하는 공기정화장치의 필터 규격을 ‘MERV 12∼15’로 정해 발표했다.
‘MERV’ 단위는 미국 냉동공조협회 필터 규격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교육부가 정한 최소 등급인 ‘MERV 12’를 적용하면 먼지 입자의 크기가 1.0∼3.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인 미세먼지를 80%가량 걸러낼 수 있다. 반면 보통 가정용 공기청정기는 ‘헤파필터’ 기준으로 통상 H13 등급을 많이 쓴다. 이는 0.3μm 크기의 미세먼지를 99.95% 여과하는 수준이다.
미세먼지 관련 환경단체인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미대촉)’는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도 ‘H13 이상 공기청정기를 쓴다’고 홍보할 정도인데 여러 학생이 생활하는 교실의 미세먼지 저감 기준이 지나치게 낮다”고 주장했다. 실제 유명 건설사들은 “아파트 실내공기 정화 시스템에 H13 등급 헤파필터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미대촉은 이 같은 내용과 함께 △학교 미세먼지 기준 강화 △학급 미세먼지 측정방식 변화 등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교육부에 보냈다. 한혜련 미대촉 부대표는 “3년 안에 모든 학급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라며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데 가능한 한 최적의 성능을 갖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 관계자는 “학교에 설치하는 공기정화장치는 공기정화 기능뿐 아니라 소음과 환기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필터 성능만 높이면 소음이 커지고 환기에 문제가 생겨 지금 수준의 기준으로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는 지난달 3일로 예정됐던 고시 확정 및 시행을 철회하고 8월 초 각 시도교육청에 미세먼지 필터 기준을 ‘MERV 12∼15’로 정한 안내서를 발송했다. 교육부 측은 “다양한 의견이 많아 쉽게 바꾸기 위해 입법예고가 필요 없는 안내서 형식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한방우 한국기계연구원 환경기계연구실장은 “교육부가 현실적인 이유에서 ‘MERV 12’ 등급을 학교 실내공기 정화의 최저 기준으로 잡았을 것”이라면서도 “실내 초미세먼지(PM2.5)를 30∼40%만 정화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필터 기준치를 차차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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