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은 NO’ 청소년 전용 콘돔자판기 등장…“100원에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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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3월 15일 15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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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충남 홍성에 설치된 청소년 전용 콘돔자판기/인스팅터스 공식 블로그
사진=충남 홍성에 설치된 청소년 전용 콘돔자판기/인스팅터스 공식 블로그
19세 이상 성인은 사용이 불가능한 ‘청소년 전용 콘돔자판기’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서울 2곳과, 전남 광주, 충남 홍성 등 4곳에 설치된 청소년 전용 콘돔자판기는 말 그대로 19세 미만의 청소년만 이용이 가능하다. 자판기에 100원을 넣은 뒤 레버를 돌리면 콘돔 2개가 나오는데, 식물성 원료만 사용하고 동물 실험을 진행하지 않은 제품만 받을 수 있는 ‘비건(vegan)’ 인증을 받은 콘돔이다. 별도의 연령 인식 시스템은 없기 때문에 성인이 구매하려 할 경우 자판기를 설치한 업주가 확인해 제지한다.

이 청소년 전용 콘돔자판기는 소셜벤처기업 ‘인스팅터스’가 청소년들의 안전하고 책임감 있는 성생활을 위한 ‘열린 성교육의 일환’으로 설치했다.

지난 2월 서울 신논현과 이태원, 전남 광주 충장로에 이어 이달 10일엔 충남 홍성의 한 만화방에 콘돔자판기를 설치했다. 100원을 받는 건 청소년들에게 ‘작은 책임감’이라도 주자는 뜻이다. 수익금은 모두 서울시립청소년건강센터 ‘나는 봄’에 기부한다.

인스팅터스 측은 공식 블로그에서 청소년 전용 콘돔자판기 설치 목적에 대해 ▲선진국처럼 쉽게 눈에 띄는 곳에 청소년 콘돔 자판기를 설치하여 먼저 콘돔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지금 아니면 내일 당장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빠르게 공급하고 ▲콘돔은 더 이상 성인용품이라는 인식을 바꿔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2016년 청소년유해환경접촉실태조사에 따르면, 성관계를 맺고 있는 청소년 중 약 절반이 피임을 전혀 하지 않고, 그중 21.4%는 임신을 하거나 9.1%는 성 질환에 걸린 경험이 있다.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인스팅터스는 콘돔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에게 온라인 신청을 받아 콘돔을 무료로 보내주는 ‘프렌치 레터(French letter·콘돔을 지칭하는 은어)’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콘돔을 우편으로 배달하는 방식에 한계가 있다고 느껴 자판기 보급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스팅터스 측은 “콘돔은 여전히 어른들의 용품이라는 고정관념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구매하는 행위 자체를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콘돔은 성인용품이 아니라 생활용품이다. 엄연히 의료기기로 등록된 생활용품이다. 처음에는 쉽지 않겠지만 자판기가 전국 곳곳에 설치되어 이러한 부담이 덜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인스팅터스 측은 현재 학교에도 설치해달라는 제안이 접수될 만큼 청소년 전용 콘돔자판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콘돔 접근이 어려운 지역을 우선순위로 두고 설치에 최선을 다할 거라고 덧붙였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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