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주의 ‘앗살라말라이쿰’]러시아 모델의 초고층빌딩 기행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2일 1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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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프로 관종(관심을 받고 싶은 사람)이다.’

최근 러시아 여성모델 비키 오딘초바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높이 330m짜리 73층 빌딩 옥상 난간에서 남자 조수의 팔에 매달린 채 허공에 떠 있는 사진을 보자 머리를 스친 생각이다. 커피 옆에 벤츠 자동차 키를 올려놓은 사진에 ‘커피 한잔의 여유’라고 적거나, 머리 스타일 바꿨다며 찍은 셀카에 신상 샤넬백을 도드라지게 찍고 ‘오늘 머리 망했다ㅠㅠ’라고 덧붙여 SNS에 올리는 한국식 관종은 애교로 치부하게 만드는 유라시아 대륙발 관종이다. 역시 세계는 넓고 관종은 많다는 건 진리다.

이 러시아 모델은 이 순간을 찍어 SNS에 올려 ‘좋아요’를 따내겠다는 굳은 의지로 두바이 상공에서 죽음의 공포를 이겨냈을 거다. 러시아발 관심종자의 떡밥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매체가 떠들썩하게 다뤘다. 그녀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330만 명까지 불어났고 유튜브 영상 조회수는 250만 건을 넘어섰다. 그녀가 인스타그램에 걸어놓은 모델 매니지먼트사 이메일 주소에도 꽤나 많은 연락이 갔을 것이다. 두바이 경찰이 소환 조사해 엄중 경고했지만 이름을 널리 알리는 덴 성공했으니 그녀는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마천루 꼭대기에서 위험천만한 관심 끌기를 하는 러시아 모델은 오딘초바 말고도 여럿 있다. 또 다른 러시아 모델 안젤라 니콜라우는 사진사 남자친구와 함께 상하이, 홍콩, 방콕 등을 누비며 초고층 빌딩 옥상에서 아찔한 사진을 찍는 걸로 유명하다.

인스타그램 대문에는 ‘한계는 없다’라는 거창한 구호를 내걸었지만 사진에 특별한 메시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홍콩 바다 전경이 보이는 건물 옥상 난간에서 비키니를 입고 겨우 발을 지탱하고 있는 사진에는 “나는 18세에 처음 수영을 배웠다. 여러분은 언제 처음 수영을 배웠나요?”라고 묻는다. 상하이 전경이 내다보이는 고층빌딩 꼭대기 난간에서 빨강머리를 휘날리면서 “머리 색깔 바꾸려고 하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때요?”라는 식의 허세가 대부분이다.

굳이 초고층 빌딩 꼭대기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러시아 모델들은 거의 다 무명이다. 이름 한 줄과 사진 하나라도 널리 알리면 일거리가 좀 들어오지 않을까 해서 이런 기행을 이어가는 건데, 사진 한 장의 파급효과가 워낙 크다보니 요즘엔 기업에서 이런 기행을 위한 여행을 후원해 홍보용으로 써먹는다.

니콜라우도 러시아 여행보험사의 후원을 받아 상하이 초고층 빌딩 꼭대기에 있는 통신수신탑을 기어 올라가는 동영상을 찍었다.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동영상을 올릴 때 기업 이름 슬쩍 한 번 언급해준다. 여행보험사는 ‘위험한 해외여행’이라는 인식을 대중에 심어줄 수 있으니 서로가 윈-윈인 셈 치는 거다. 위험천만하고 무모한 만용은 절대 따라하지 말아야겠지만, 먹고 살기 힘든 세태가 만들어낸 생계형 관종이라 생각하니 측은하기도 하다. 모델이 이뻐서 그런 건 아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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