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우-변종문 “한국 깔보던 강국들, 이젠 합동훈련 제안”

알파인 스키 대표팀 조련하는 형제… 변종우 감독-변종문 매니저

평창에서 한국 스키의 새 역사를 쓰겠다는 변종우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 감독(왼쪽)과 변종문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알파인 스키 매니저 형제. 평창=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걸음마를 떼면서부터 강원 용평스키장에서 스키를 타기 시작해 한국 스키를 이끌었던 두 형제가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알파인 스키의 새 역사 창조에 도전한다.

변종우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팀 감독(42)과 변종문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알파인 스키 매니저(41). 이 형제는 아직 세계 수준과 격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스키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평창에서 보여주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올림픽 사상 첫 본선 진출과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형제는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팀을 지휘하며 한국 스키를 업그레이드시켰다. 동생이 먼저 2012년부터 대표팀을 2년간 지도했고 형은 2015년부터 대표팀을 맡아 국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한국 스키의 간판 정동현(29·하이원)은 두 형제 감독을 거치며 성장했다. 변방이었던 한국 알파인 스키는 형제의 노력으로 세계 수준과의 격차를 좁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형제가 조련한 정동현은 월드컵 2회 연속 결선 진출이라는 성과를 내며 평창 올림픽에서도 본선 진출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정동현은 지난달 5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스키 월드컵 회전 대회에서 1, 2차전 합계 2분2초62를 기록하면서 종합 14위에 올랐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자 세계 랭킹 1위 헨리크 크리스토페르센(노르웨이)을 비롯한 상위 랭커들이 모두 출전한 대회에서 이룬 성과였다. 정동현은 2014∼2015시즌 스웨덴 오레 대회에서도 한국인 최초로 월드컵 2차전 진출에 성공했었다. 변 감독은 “이제 올림픽 메달 획득이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니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 알파인 스키는 한 단계 발전할 것이다”라며 눈을 반짝였다.

형은 대표팀을 지도하고 동생은 알파인 스키 매니저로 활약하며 형을 간접 지원한다. 동생은 선수들이 무대를 밟기 전까지 설질 관리부터 안전펜스, 피니시라인 설치까지의 일을 준비하고 운영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선수들이 최적의 상태에서 스키를 탈 수 있도록 경기 몇 주 전부터 눈을 얼리고 코스와 대회 시설 전반을 관리한다.

형제가 선수였던 시절 한국 알파인 스키는 해외 팀들과 합동훈련 한 번 못할 정도로 무시당하기 일쑤였지만 이제는 위상이 달라졌다. 상위권 선수들이 있는 외국 팀들이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성적을 내고 있는 한국을 인정하면서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정보를 얻기 위해 합동훈련을 먼저 제안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시절 국내를 평정한 형제는 중학생 때 ‘스키의 성지’로 불리는 미국 애스펀으로 스키 유학을 다녀왔다. 동양에서 온 형제는 각종 대회에서 ‘톱10’에 오르며 한국 스키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형제는 선의의 ‘라이벌’이기도 했다. 늘 앞섰던 형보다 동생이 1년 빨리 1992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동생은 1996년 하얼빈 겨울아시아경기에서 한국 스키 선수로는 처음으로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획득했다.

평창=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