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계 “국정 역사교과서 오류 많고 최신 연구 성과 미반영” 지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30일 21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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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육연대회의, 한국서양사학회, 고고학고대사협의회는 30일 서울 동대문구 역사문제연구소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국정 역사교과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교과서에 오류가 많고, 최신 연구 성과를 반영하지 못했으며 한국사를 세계사의 맥락 속에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역사교사모임 김태우 회장은 "고교 한국사 190쪽에는 안중근의 사진과 유묵을 보여주며 '동양평화론'을 자서전이라 설명했는데, 이는 자서전이 아니라 안중근의 미완성 논책(시사 문제를 논한 글)"이라고 지적했다.

또 통합임시정부 출범 이후 도산 안창호의 직함을 현장 검토본은 내무총장으로 적시했지만 실제로는 노동국 총판이었다고 김 교사는 지적했다.

강성호 서양사학회장은 "함무라비 통치보다 400여 년 전에 우르남무 법전이 발굴됐기 때문에 함무라비 법전을 세계 최초의 법전으로 기술한 것은 오류"라고 말했다. 또 기원전 477년에 결성된 델로스동맹이 기원전 500년 직전에 결성된 펠로폰네소스 동맹보다 앞선 것으로 서술된 것도 오류로 지적됐다.

이밖에 현장 검토본에 동아시아에서는 서남아시아보다 농경이 늦게 시작됐다고 기술했지만 김장석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최근 연구는 남중국의 쌀 재배가 서남아시아 농경보다 최소 천 년 이상 빠르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근현대사를 세계사의 맥락 속에서 파악하지 못하고 '우물 안 개구리'식 서술도 지적됐다. 1960년대 세계에서 발생한 혁명 중 하나인 4·19 혁명에 대한 세계사적 맥락 속에서 설명이 부족한 것 등이 사례로 거론됐다. 강 회장은 중학교 국정교과서에 대해 "세계사를 국정교과서로 가르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렵고, 이번에 나온 교과서는 기존보다 세계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역행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사에서는 단순 사실 나열에 그치는 문제도 거론됐다. 영국혁명과 미국혁명, 프랑스혁명의 의의와 이념, 역사적 한계 등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아 학생들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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