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카스트로 서거에 조전 발송…주멕시코 쿠바대사관도 방문 예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8일 19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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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8일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앞으로 조전(弔電)을 발송했다. 쿠바대사관을 방문해 직접 조의도 표명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이날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에게 조전을 발송했다"며 "주멕시코 한국 대사(쿠바 관할)가 주멕시코 쿠바대사관을 방문해 조의도 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쿠바가 미수교 상태인 만큼 수도 하바나에서 열리는 장례식에 직접 참석하지는 않지만 상당한 외교적 성의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전통적으로 북한과 우호관계인 쿠바를 상대로 국교를 체결하기 위해 애를 써왔다.

조전 발송에 앞서 외교부는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전 의장 서거와 관련해 정부는 쿠바 국민들에게 조의의 뜻을 전한다"는 별도의 메시지도 내놓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카스트로 전 의장을 '독재자'라고 혹평하고 제재 해제를 원상 복귀시킬 수 있음을 경고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쿠바에 표시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취한 셈이다.

북한은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조문 대표단을 28일 쿠바에 파견했다. 또 28~30일을 카스트로 사망 애도 기간으로 선포하고 주요 기관 등에 조기를 게양하라고 지시했다.

최 부위원장과 함께 김용수 당 중앙위원회 부장, 서홍찬 인민무력성 제1부상, 류명선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신홍철 외무성 부상 등이 당 및 국가 조문 대표단으로 이날 평양을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외국 정상 서거에 노동당 2인자인 최 부위원장을 파견하고 사흘간 애도기간을 선포하는 것은 북한에선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국제사회의 제재·압박 속에서 얼마 남지 않은 외교적 보루인 쿠바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북한과 쿠바는 전 세계에서 얼마 남지 않은 사회주의 '형제 국가'로 정치·군사적 교류를 계속하며 국제무대에서도 상호 입장을 지지해왔다.

카스트로 전 의장의 사망이 북한과 쿠바의 사회주의 '혈맹'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현재 양국은 겉으로는 정치적 우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쿠바가 경제개혁을 추진하며 실용주의 노선을 걷기 시작한 이후로 실질적 협력은 많지 않았다. 따라서 경제적 측면에서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카스트로 전 의장이 사망하고, 그의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현 국가평의회 의장도 2018년 물러난 뒤엔 양국관계의 정치적 관계도 예전과 다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 부위원장은 카스트로 조문을 계기로 북한에 우호적인 국가의 수반들과 외교적 접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내달 4일 장례식에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 응우옌 티 낌 응언 베트남 국회의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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