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우병우 공소장 변경요청 거부했던 檢… 2심땐 사실상 태업 ‘반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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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의혹’ 파문]우병우 변호사건 ‘롤러코스터 판결’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변호했던 한일이화 유모 회장(57)의 1700억 원대 배임과 197억 원대 조세포탈 사건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1심에서 주요 혐의에 대해 전부 유죄가 선고됐지만, 올해 2월 항소심에서는 대부분 무죄 판결이 나오자 법조계에서는 여러 뒷말이 흘러나왔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의 수사와 1심 공판에 참여해 유죄를 받아낸 2013, 2014년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장급 간부 상당수가 2015년 2월과 올해 초 검찰 정기 인사에서 하나둘 옷을 벗거나 한직으로 발령받는 곡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반면 당시 변호사였던 우 수석은 공직에 화려하게 복귀해 ‘실세 수석’으로 급부상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우 수석이 변호사로 일한 시절과 (이들의 행로가) 연관이 있다”는 시각과 “오비이락(烏飛梨落)일 뿐”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서울동부지검은 유 회장이 한일이화의 자회사 강소한일의 이익이 급증하자 이 회사를 따로 떼어내 자신과 처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두양산업으로 편입시키는 과정에서 강소한일의 기업 가치를 헐값으로 평가해 지분 매입 비용을 크게 줄였다고 봤다. 강소한일은 기아자동차의 중국 합작법인에 부품을 납품했는데, 당기순이익이 2009년 288억 원, 2010년 365억 원에 이를 정도로 알짜배기 회사였다.

검찰은 유 회장이 정모 세무법인 C사 대표에게 “두양산업이 강소한일을 400억 원에 양수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봐 달라”고 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검찰은 정 대표가 “제3의 기관투자가들에게 비상장회사인 강소한일의 일부 지분을 팔아 시가(時價)를 만든 뒤 그 가격으로 양도해야 한다”는 방법을 제시한 정황을 잡은 뒤 2013년 3월 두 사람을 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정형적 평가방법이 없는 비상장 주식을 저평가해 시세를 조작한 뒤 오너가 사들이는 재벌의 전형적인 비리 수법을 중견기업이 그대로 답습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우 수석은 2014년 1월 궁지에 몰린 유 회장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그는 우선 유 회장의 1700억 원대 배임 혐의 공소사실을 ‘액수 불상’으로 바꿔 달라는 취지의 공소사실 변경을 요청했지만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공소사실의 구성에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되면 변호사가 이런 의견을 낼 수 있다”는 시각과 함께 “검찰이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한 인물(유 회장)의 변호에 특수통 출신인 우 수석이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우 수석은 2014년 5월 민정비서관에 내정되면서 사건에서 손을 뗐다.

우 수석이 민정수석비서관으로 발탁된 지난해 1월 23일. 서울동부지법은 유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200억 원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하고, 함께 기소된 정 대표에게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억 원을 선고했다.

유 회장 측은 항소심에서 “검찰의 회사 가치 평가에 문제가 있다”고 적극 주장했다. 피고인 측이 비용을 부담해 국내외 유력 회계법인이 강소한일의 가치를 평가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회계법인들은 강소한일의 회사 가치가 338억∼711억 원 정도라는 재산정 결과를 제시했다. 이 회사의 가치가 수천만 원에 불과하다고 평가한 회계법인도 있었다. 서울고법은 올해 2월 “한일이화가 처분한 강소한일의 가치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할 근거가 없다”라며 유 회장 등의 핵심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보수적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했다고 해도 평가 자체가 위법 부당하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논리다.

항소심을 맡은 재판장은 “공소사실의 전제가 된 (강소한일의) 가치 2000억 원에 대해 검찰이 확보한 증거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 회계법인이 진행한 감정에 대해 유 회장 측이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했고, 검찰도 이에 동의했다. 검찰이 직접 감정하겠다고 했다면 우리가 막지 않았을 것이지만 비용 문제를 감안해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검사의 참여와 반박 기회가 보장됐지만 수사 검사는 항소심 재판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말로 검찰의 허술한 공소유지를 꼬집기도 했다. 결국 기업의 가치는 계산법에 따라 천양지차여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데도 검찰이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같은 검찰의 석연찮은 태도에는 ‘실세’가 된 우 수석이 변호사 시절 유 회장의 변론을 맡았던 점이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고 있다.

장관석 jks@donga.com·김준일·배석준 기자
#우병우#민정수석#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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