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대화 시간 30분도 되지 않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4일 20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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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늦게 와?” “어. 야근이라 11시 넘어서 들어갈 것 같아.”

워킹맘 이모 씨(38)가 하루 종일 남편과 나눈 유일한 대화다. 이 역시 직접 만나서 한 게 아니라 SNS를 통해서 했다. 이 씨는 “저녁 8시쯤 집에 들어가 3살 된 아이랑 놀아준 후 10시쯤 함께 잠들었다”며 “평소 남편이랑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30분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씨처럼 우리나라 부부 3쌍 중 2쌍(65.4%)은 하루에 한 시간도 대화를 나누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대화 시간이 30분 미만인 경우도 29.2%나 됐다. 2010년과 비교해 볼 때 ‘30분 미만’은 증가한 반면 ‘30분~1시간’, ‘1~2시간’, ‘2시간 이상’은 모두 줄었다.

또 부부관계 만족 비율도 2010년 56.9%에서 2015년 51.2%로 낮아진 반면, 불만족 비율은 6.4%에서 11.6%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여성이 남성에 비해 배우자를 불만족스럽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5018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4일 발표한 ‘2015 가족실태조사’에 따른 결과다.

부부 갈등으로 이혼을 고려한 적이 있다는 비율도 18.7%로 높게 나타났다. 남성(15.1%)보다 여성(22.6%)이, 홑벌이(16.4%)보다 맞벌이(20.6%) 가족이 이혼을 더 심각하게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부부의 절반가량(45.9%)은 갈등 상황을 그냥 참는 것으로 드러났다. “배우자와 대화로 해결한다”는 대답은 25.1%에 불과했다.

전통적인 가족 형태도 변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가 21.3%로 2010년의 15.8%에 비해 약 35%나 증가했다. ‘부부와 미혼자녀’로 구성된 2세대 가족은 48.4%에서 44.2%로 다소 줄어든 반면, ‘부부와 미혼자녀, 조부모 중 한부모’로 구성된 3세대 가족이 1.0%에서 3.1%로 3배 가량 늘어난 것도 눈길을 끈다. 미혼 자녀가 어릴 경우 맞벌이 부부의 자녀 양육을 위해 조부모 중 할머니(친조모와 외조모)가 함께 사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주말부부가 1.7%에서 5.0%로 크게 늘어난 것도 눈길을 끈다. 맞벌이 부부는 전체의 47.5%를 차지했다

가족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특히 양성평등적으로 의식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아들·딸 구분 없이 나이든 부모를 돌봐야 한다’는 인식이 2010년 2.6점(5점 만점)에서 3.7점으로 크게 높아졌다. 특히 20대의 경우 “함께 돌봐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70.2%였다.

‘결혼할 때 신랑은 신혼집을 마련하고, 신부는 혼수를 준비해야 한다’에 동의한 비율도 20대는 19.7%로 낮게 나타났다. 반면 60대와 70대의 동의 비율은 각각 41.8%와 42.4%였다.

이상적인 자녀수는 평균 2.26명으로 조사됐고, ‘2명’이라는 응답이 60.2%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1명 이상의 자녀가 있는 20대의 52.1%와 30대의 37.3%는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추가 출산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자녀를 지원하는 사회적 여건이 좋아진다면 자녀를 더 가질 생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0대는 37.5%, 30대는 33.2%였다.

이지은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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