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한중일 축구…삼국 사령탑 중 누가 웃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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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중국 우한에서 막을 올린 2015 동아시안컵 축구대회에 참가한 한국, 중국, 일본의 사령탑은 모두 이방인이다. 이들 세 감독에게는 이번 대회를 가볍게 여길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셋 모두 위기에 빠진 해당 국가의 축구를 구해야 하는 처지인데다 세 나라의 얽히고설킨 라이벌 의식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가장 급한 쪽은 바히드 할릴호지치 일본 대표팀 감독(63·유고슬라비아)이다. 그는 호주 아시안컵 성적 부진에다 승부조작 연루 의혹까지 겹친 하비에르 아기레 전 감독(57·멕시코)으로부터 3월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일본은 1월 아시안컵 8강에서 탈락해 25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구원투수로 나선 할릴호지치 감독이지만 아직은 일본 팬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6월 FIFA 랭킹 150위의 약체 싱가포르를 일본으로 불러들여 치른 러시아 월드컵 예선에서 득점 없이 비겼기 때문이다. 그는 동아시안컵 기자회견에서 한중일 세 감독 중 유일하게 “목표는 우승”이라고 콕 집어 말했다.

알랭 페렝 중국 대표팀 감독(59·프랑스)은 할릴호지치 감독보다는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페렝 감독의 중국 사령탑 부임은 2013년 6월 안방에서 열린 태국과의 평가전에서 중국의 1-5 완패가 발단이 됐다. 외신에 따르면 축구광인 시진핑 주석은 당시 경기가 끝난 뒤 외국인 감독을 찾으라는 지시를 내렸고, 중국 축구협회는 2014년 2월 페렝 감독을 영입했다. 기대대로 페렝 감독은 1월 아시안컵에서 중국을 조별리그 3전 전승으로 이끌며 8강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중국이 그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기대한 건 또 있다. 한국과 일본을 넘어서 달라는 것. 페렝 감독 부임 후 중국은 한국, 일본과 맞붙은 적이 없다. 페렝 감독이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한국과 일본을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싶어 하는 이유다.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후인 지난해 9월 축구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61·독일)은 1월 아시안컵 준우승으로 가라앉은 한국 축구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는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부임 후 처음 상대하게 된 숙명의 라이벌 일본에 대해 “과거의 일로 복수심을 갖게 되면 우리 색깔을 잃을 수 있다”며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나도 생각이 없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최선의 결과를 내도록 할 것이다.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우한=이종석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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