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0년간 전국법원 ‘성공보수 약정’ 관련 판결 240건 전수조사 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착수금 300만원에 성공보수 4억’… 상식 벗어난 요구 民事에서도 무효
변호사 성공보수, 법원 판단은?… 약정관련 판결문 전수분석

《 대법원이 23일 형사사건 당사자와 변호사 간에 맺은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라고 판례를 변경하면서 변호사 업계가 동요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 청구를 하는 등 변호사 업계는 대법원 판결에 반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새로운 계약서를 마련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1985년부터 2015년까지 30년에 걸쳐 성공보수 약정을 둘러싼 분쟁에 대한 전국 법원의 판결문 240건을 전수 조사해 성공보수 약정에 대한 법원 판단의 흐름을 분석했다. 법조계는 형사사건 외에도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 등 가사사건에서도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

최근 대법원의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 무효’ 판결과 별개로 이미 민사나 행정소송 사건 등에서도 과다한 성공보수 약정은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아온 것으로 29일 파악됐다. 동아일보가 1985년 이후 30년간 성공보수 약정을 둘러싼 소송에 대한 전국 법원 판결 240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무효 판결을 받아 성공보수가 깎인 사건은 24건(10%)이었다. 법원은 그동안 대부분의 성공보수 분쟁에서 원칙적으로 성공보수 약정 자체는 유효하다고 봤다. 다만 액수가 지나치게 많을 때에는 “신의 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상당수 사건에서 무효로 판단했다.

○ 민사·행정소송에서도 “과도한 성공보수는 반환”

법원이 과다한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로 판단한 판결은 모두 24건으로, 관련 소송 10건에 1건꼴이었다. 대표적인 판결은 2007년에 있었다. 부동산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에서 변호사 수임료로 착수금 300만 원, 성공보수 4억 원을 약정한 사건에서 부산지법은 성공보수 약정 자체는 인정했지만, 금액을 크게 줄였다. 당시 재판부는 “변호사가 들이는 구체적 노력과 비용 정도 등에 비춰 과다한 부분은 신의 성실 원칙 위배로 무효”라며 적정한 성공보수로 3000만 원만 인정했다. 착수금 1000만 원, 성공보수 1억6000만 원으로 약정한 합의금 청구소송에서 2012년 서울중앙지법은 “신의 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것”이라며 전부 무효로 판단했다.

반면 변호사의 정당한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판결이 주류를 이뤘다. 4억8000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 1심에서 전부 패소했다가 2심에서 승소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변호사의 성공보수가 착수금의 28배가 넘더라도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변호사의 노력을 긍정한 경우엔 성공보수가 다소 높아도 무방하다”고 판단했다.

○ 형사사건 성공보수 노골적 약정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 약정이 문제가 된 것은 20건이었다. 형사사건에서는 검찰 수사단계마다 성공보수를 약정한 사실이 판결문에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검찰에서 ‘혐의 없음’ 결정을 받으면 3000만 원,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 3000만 원 등이다. 또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될 때 영장이 기각되면 3000만 원을 받기로 한 노골적인 약정도 있었다.

의사 면허가 취소된 A 씨는 2000년 충북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4회에 걸쳐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가 불구속 기소돼 청주지법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당시 청주지법 항소심으로 사건이 넘어가자 A 씨는 변호사와 착수금 500만 원, 성공보수 4000만 원으로 계약했으나 징역 6개월이 선고되면서 분쟁이 발생했다. 재판부는 “항소심 재판장과 변호사가 대학 동기이고 A 씨가 범행을 자백한 상황, 1회의 재판기일만 진행된 상황 등을 들어 성공보수가 부당히 과다하다”고 판단했다.

사기 혐의로 수사 받던 B 씨는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에게 검찰에서 ‘혐의 없음’으로 종결 시 성공보수 3000만 원(착수금 2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했다. 해당 변호사는 사건 담당 부장검사를 여러 차례 방문해 변호했고 이에 수사검사는 불기소 처분했다. 하지만 B 씨가 성공보수를 주지 않자 전주지법은 B 씨에게 성공보수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수원지검에서 수사를 받던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성공보수로 3000만 원을 지급(착수금 1500만 원)하기로 한 사건에서도 인천지법은 변호사에게 성공보수를 주는 것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법원#판결#성공보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