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IA, 살인조직으로 변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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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린폴리시 ‘제지불능의 임무’ 보도
9·11테러 이후 테러범 암살 늘리며… 인맥활용 과오 숨기는 ‘거대 괴물’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2001년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거치며 정보 수집이라는 고유 업무에서 벗어나 테러범 검거 및 살해까지 하는 조직이 되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제지 불능의 임무(Mission: Unstoppable)’라는 제목의 최신호 특집기사에서 CIA가 경쟁 정보기관들을 따돌리고 활동 영역을 확대하고 있으며 대통령 직접 보고 권한과 워싱턴 인맥을 활용해서 자신들의 과오를 숨기는 등 ‘거대 괴물’이 됐다고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CIA는 1947년 창설 이후 본업무인 첩보 활동뿐만 아니라 테러범, 요주의 인사 살해 등으로 업무 영역을 꾸준히 늘렸다. 1975년 미 상원 청문회에서 CIA의 해외 지도자 암살 음모가 폭로되면서 이후 정치인 암살 등에는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9·11테러가 발생하면서 테러범 관련 업무를 재개할 여건이 조성됐다. CIA는 2002년 알카에다 야전사령관 까에드 살림 시난 하레티의 살해를 계기로 요주의 인사의 추적 및 살해를 재개했다.

담당 업무가 늘어나고 민감한 사안까지 다루면서 실수도 잦아졌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정보를 잘못 제공하면서 결과적으로 미국이 이라크에 침공하도록 만들었다.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급부상도 예측하지 못했으며 러시아의 크림 반도 침공도 사전에 알아채지 못했다. 자체 내 운용 중인 무인기는 끊임없이 민간인 오폭을 이어가면서 스스로 궁지에 몰리게 만들었다. 2004년 6월부터 올 4월까지 파키스탄에서만 민간인 사망자가 960명에 달한다. CIA가 전 세계에 걸쳐 운영하는 비밀감옥과 물고문 등 비인권적인 가혹행위도 입지를 좁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CIA는 이런 위기를 교묘하게 빠져나오고 있다. 포린폴리시는 CIA가 광범위하게 퍼진 아이비리그 출신 인맥과 대통령 직접 보고권 등을 적절하게 활용해서 과오를 숨기고 영향력은 확대해 왔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미 상원 정보위원장이었던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은 CIA의 고문 사실 등을 공개했으며 고문 금지 관련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파인스타인 의원이 입법안을 의회에 제출해도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공화당 의원들이 CIA의 버팀목이 되기 때문이다. CIA와 백악관, 의회 등의 고위층은 대부분 아이비리그 출신이다. 대학 동문인 이들은 CIA의 과오를 적절하게 감추고 있다.

게다가 CIA는 대통령에게만 사안을 직접 보고하면 된다. 업무와 관련된 책임도 대통령에게만 지면 된다. 다른 경쟁 정보기관과 비교할 때 ‘비밀활동 권한’이 훨씬 크다. CIA 출신들이 정부 핵심 요직에 입성하는 것도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주요한 자산으로 작용했다. 로버트 게이츠, 리언 패네타 등 전직 CIA 국장들이 연속으로 국방장관을 맡았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CIA#살인조직#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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