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윤성규 장관의 환경분야 취업 조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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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토크 현장중계 “물이면 물… 공기면 공기… 한 길만 파세요”

윤성규 환경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14일 인천 서구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진행된 ‘청년드림 도시락토크’에서 청년 참석자들과 환경 분야 일자리에 관해 대화하고 있다. 인천=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윤성규 환경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14일 인천 서구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진행된 ‘청년드림 도시락토크’에서 청년 참석자들과 환경 분야 일자리에 관해 대화하고 있다. 인천=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우선 몇 숟갈이라도 뜨고 시작할까요?”

‘청년드림 도시락토크’ 열다섯 번째 멘토로 나선 윤성규 환경부 장관(59). 그는 장관이라는 직함이 20대 청년과의 대화 분위기를 뻣뻣하게 만들지 모른다고 여겼는지 “밥부터 입에 좀 넣고 시작하자”는 가벼운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공직자가 도시락토크 테이블에 앉은 건 윤 장관이 처음이다. 그는 공직과 환경 분야 일자리에 관심이 있는 청년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멘토로 나섰다.

14일 인천 서구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진행된 윤 장관과의 도시락토크에는 노승철(27·광운대 법학과 졸업) 박보람(27·여·한국예술종합학교 애니메이션과 4년) 박소정(22·성균관대 경제학과 3년) 심상현(24·여·인하대 환경공학과 4년) 양석원(27·경희대 문화관광콘텐츠학과 4년) 정대헌(21·동아대 행정학과 2년) 홍주영 씨(24·여·미국 버지니아공대 실내건축학과 졸업) 등 7명이 참여했다.

○ 규제가 창출하는 일자리

“환경 규제는 기업에 부담을 줘 경제 성장을 막는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이런 질문이 나오자 윤 장관은 “꼭 그런 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환경 규제가 기업에 부담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고, 기술 개발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예로 들었다.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다 보면 감축기술 시장이 형성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하려면 역시 관련 기술과 인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 윤 장관은 “자동차 연비가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도 자동차가 배출하는 대기오염 물질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 왔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행정고시를 준비 중인데 공부를 하다 보면 마음을 다스리기 힘들 때도 있고, 공직이라는 자리가 아주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박소정 씨의 이 같은 얘기에 윤 장관은 ‘성불고(誠不孤)’라는 표현을 꺼냈다. 성불고는 논어 이인 편에 나오는 ‘덕불고(德不孤·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의 덕을 성으로 바꾼 것. 윤 장관이 인생의 지침으로 삼고 있는 가치관이다. 윤 장관은 “성실하면 언젠가는 인정받게 되고 노력의 결실을 보게 된다”며 “각자의 사정에 따라 때로는 난관에 부닥칠 수도 있겠지만 성실한 사람은 그런 때에 주변에서도 도움을 주기 마련이다”라고 했다.

○ 계획적으로 한 우물을!

윤 장관은 환경부에서 사무관 출신으로는 최초로 장관 자리까지 오른 성공한 공직자다. 그는 공직에 발을 들인 후 비교적 탄탄한 길을 걸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한때 어수선한 시절이 있었다.

“고집부리지 말고 ‘아비’ 말 좀 들어라. 우리 형편에 네가 대학을 가면 동생들은 어쩌란 말이냐?” 아버지의 이 한마디에 그는 4년제 대학 진학의 꿈을 접어야 했다. 6형제 중 셋째인 윤 장관은 집안 형편이 넉넉지 못했다.

그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인문계 고교 진학을 포기했다. 그 대신 고교 3년, 초급대학 2년 과정을 합쳐 5년제인 충주공업고등전문학교 기계과에 입학했다. 이 학교 졸업반이던 1975년 건설부 7급 공채시험을 봤다가 덜컥 붙어 공무원이 됐다.

5급 공무원을 뽑는 기술고시가 따로 있다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 건설부에서 근무하면서 틈틈이 고시를 준비했다. 이런 중에 한양대 기계공학과 야간과정 3학년으로 편입해 학업까지 병행했다. 그리고 1977년 기술고시에 합격했다.

곡절 많던 자신의 젊은 한때를 청년들에게 들려주던 윤 장관은 “돌아보면 그때는 형편에 맞춰 되는 대로 움직였던 것 같다. 처음부터 계획대로 차근차근 준비해서 실행한 것은 별로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며 “계획을 세운 뒤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원하는 걸 얻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장관은 빠른 진로 선택과 한 우물을 팔 것을 주문했다. “기업에 취업할 것인지, 대학에 남거나 연구기관으로 가 공부를 계속할 것인지, 공무원이 될 것인지, 진로를 가능한 한 빨리 정하세요. 진로를 정했다면 목표를 향해 고집스럽고 끈질기게 파고드세요.”

그는 “환경은 옴니버스(복합) 학문이어서 이것저것 여러 분야를 조금씩 다 다루게 되는데 그보다는 수질이면 수질, 대기면 대기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자신만의 특화된 전문성을 갖춰야 경쟁력이 생긴다”고 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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