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은택]무심코 쓴 트윗이 부른 서울교육감 법정 다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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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택·정책사회부
이은택·정책사회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에서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두 번째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이날 공판에서 판검사와 변호인, 배심원의 눈은 증인석의 고승덕 변호사(전 서울시교육감 후보)와 ‘고승덕 美영주권 보유 의혹’을 트위터를 통해 처음 제기한 뉴스타파의 최모 기자에게 쏠렸다.

“2008년 봄 즈음 고 변호사와 분명히 통화했다. ‘공천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하실 거냐’고 묻자 ‘애들이 미국에 있으니까 미국 가서 살면 돼, 영주권 있으니까’라고 말하더라. 고 변호사는 나와 안면도 있는 사이다.”(최 씨)

“저 사람(최 씨)을 이곳에서 오늘 처음 봤다. 2008년 봄, 최 씨 전화를 결코 받은 적이 없다. 최 씨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전화도 피했던 때다. 내가 아는 기자들은 모조리 전화번호를 저장하는데 최 씨 전화번호는 나한테 없다.”(고 씨)

최 씨가 말한 부분이 바로 ‘영주권 트윗’이 탄생하게 된 대목이었다. 현재 영주권 의혹은 말끔히 해소됐다. 미국 정부는 한국 법무부를 통해 “고 씨는 미국 영주권을 보유한 적이 없다”는 외교서신을 보내왔다.

고 씨와 최 씨의 엇갈리는 진술을 판단할 물증이나 제3자는 없다. 통화 녹취파일도 없다. 통화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점차 삭제되기 때문에 2008년의 기록은 복원이 불가능하다. 고 씨는 통화 자체를 부인했다. 결국 지난해 교육감 선거를 요동치게 만든 ‘영주권 트윗(트위터 글)’의 근거는 증명할 길 없는 최 씨의 ‘7년 전 기억’뿐이다.

현직 기자인 최 씨 자신도 이 부분을 인정하고 “더이상 취재가 불가능해 뉴스로 보도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그는 추가 취재 없이 의혹을 그대로 트위터에 올렸다. 최 씨는 팔로어가 1만7000여 명에 달하는 파워 트위터리안이었다. 최 씨 자신도 이를 알고 있었다. 의혹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영주권 갖고 계시지요?’라는 물음표는 점점 ‘영주권자다!’라는 느낌표로 변했다. 교육감 후보마저 그 트윗을 발단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 난리의 결과가 지금 피고인석에 앉아있는 서울 교육 수장의 모습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고 정보를 공유하자며 만들어졌다. 지금은 시민들이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됐다. 2011년 말 아랍권의 독재에 균열을 낸 ‘재스민 혁명’도 트위터의 힘이 컸다. 하지만 일부 무책임한 사용자들 때문에 이런 사건이 터지면 “SNS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영화 스파이더맨의 대사가 다시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트윗#서울교육감#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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