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압박 버티던… KB이사회 의장… “나가라면 나갈것”

  • 동아일보

금융당국의 계속되는 사퇴 압박을 거부해왔던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21일 윤종규 회장 내정자의 공식 취임 이전에 자신들의 거취 문제를 논의해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상당수 사외이사들은 “윤 회장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사진)은 10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거취와 관련해 “나가라고 하면 나가면 된다”며 “지금 자리에 아무런 미련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이사회가 끝난 뒤 거취를 묻는 질문에 “거취는 무슨 거취냐”고 반문했던 것과 사뭇 다른 반응이다. 이 의장은 “다만 (사퇴하는) 모양이 어떨지가 문제”라며 “이사회 사무국하고 이야기를 해본 뒤 사정을 봐서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른 사외이사도 “여러 가지 꼬인 문제들을 풀려면 이사회에서 거취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할 것 같다”며 “주주총회 전에 어떤 결정이 윤 내정자를 돕는 길인지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KB금융 이사회는 12일 임시 이사회에서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일부 사외이사들은 여전히 사퇴 거부 의사를 꺾지 않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KB금융 사외이사들이 윤 내정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사외이사들이 자진 사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금융계에서는 LIG손해보험 인수 등 경영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KB금융 사태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은 사외이사들이 자리를 지킬 경우 윤 내정자가 KB금융을 이끄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KB#이사회#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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