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연주는 지휘봉 끝에서…” 정명훈, 올리브나무 직접 깎아 만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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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10월 13일 첫 방송)의 주인공인 탤런트 주원은 요즘 이종진 전 인천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로부터 한창 지휘를 배우고 있다. 세계적 지휘자를 꿈꾸는 천재 음대생 차유진 역을 소화하기 위해서다. KBS 교향악단 지휘자인 요엘 레비 음악감독도 극 중 천재 지휘자인 ‘세바스찬 비에라’ 역을 맡아 드라마에 깜짝 등장할 예정이다.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지휘자는 지휘봉을 든 손(대개 오른손)으로는 박자를, 다른 손으로는 강약과 표현, 호흡, 정지 등을 지시하며 100명이 넘는 오케스트라 단원으로부터 다양한 색깔의 화음을 빚어낸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지휘봉은 지휘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한 요소”라며 “연주자들이 악기를 고르듯 지휘자들도 지휘 습관이나 스타일에 따라 자신을 대변하는 상징인 지휘봉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유명 지휘자의 지휘봉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61)은 10여 년째 지휘봉을 직접 만들어 쓰고 있다. 재료는 아몬드 또는 올리브 나무. 프랑스 프로방스에 있는 자신의 자택에 심은 나무에서 직접 나뭇가지를 잘라 사포로 갈아서 제작한다. 정 감독은 “직접 만들어야만 나에게 꼭 맞는 무게나 균형감을 찾을 수 있다”며 “틈나는 대로 지휘봉을 만들 만한 나뭇가지를 골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종종 직접 만든 지휘봉을 자선 경매에 내놓기도 한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 수업까지 빠지며 당시 경매에 나온 정 감독의 지휘봉 2개를 낙찰받기도 했다. 김선욱은 2월 영국왕립음악원에서 지휘로 석사학위를 받으며 지휘자의 꿈도 키우고 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임헌정 예술감독(61)은 흰색 케인(지휘봉의 몸통 부분)의 지휘봉만 사용한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선 흰색이 가장 눈에 잘 띄고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경기필하모닉 성시연 예술감독(38)은 지휘 공부를 처음 시작하던 2001년 독일에서 구입한 지휘봉을 13년째 사용 중이다. 성 감독은 “이 지휘봉으로 2006년 게오르그 솔티 국제지휘콩쿠르에서 여성 최초로 대상을 받았고 이후 각종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며 “내 첫 지휘봉이자 함께 성장하며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준 지휘봉이라 그런지 다른 것으로 바꾸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색 지휘봉을 사용하거나 지휘봉 대신에 맨손을 고집하는 지휘자도 적지 않다. 러시아 출신 발레리 게르기예프(61)는 ‘이쑤시개 지휘’로 유명하다. 평소에는 지휘봉 없이 맨손 지휘를 선호하지만 개별 악기군에 좀 더 정확한 지시가 필요할 경우 이쑤시개처럼 생긴 길이 10cm의 지휘봉을 꺼내 든다.

지휘봉이 얇고 가늘다 보니 연주 도중 부러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정명훈 감독은 2010년 서울시향의 말러 전곡 연주 시리즈 무대에서 교향곡 2번을 지휘하다 지휘봉이 부러져 맨손으로 지휘를 마치기도 했다.

쿠르트 마주어(87)는 1972년 교통사고로 새끼손가락을 다친 뒤부터는 지휘봉 없이 맨손 지휘를 했다. 로스앤젤레스필하모닉 상임지휘자인 구스타보 두다멜(33)은 평소 지휘봉을 사용하지만 레너드 번스타인의 ‘맘보’나 알베르토 히나스테라의 ‘말람보’ 등 춤곡을 지휘할 때는 맨손으로 지휘한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지휘봉#내일도 칸타빌레#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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