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명희]전교조와 곽노현을 심판한 선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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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 공주대 교수 범시민사회단체연합 공동대표
이명희 공주대 교수 범시민사회단체연합 공동대표
이번 서울시교육감 재선거 결과는 투표 일주일 전까지의 여론조사 결과와 크게 달랐다. 선거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문용린·이수호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엇갈리게 나왔고 대체로 2% 이내의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누구를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한 비율도 적게는 37%, 많게는 63%였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문 후보가 과반수 득표로 이겼다. 서울시내 25개 구 전체에서 득표율 1위를 차지하는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

압도적 지지 얻은 보수 교육감

무엇이 이러한 결과를 가져왔는가?

일주일 사이에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준 두 가지 큰 요인이 있었다고 본다. 하나는 이상면 후보가 사퇴한 것이다. 이 후보는 “보수 후보들이 갈라져 경쟁하면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하면서 문 후보 손을 들어주었다. 교육감 선거 때마다 분열을 거듭해 온 보수 후보들이 이번에는 유례없이 단일 대오를 만들어 문 후보가 명실상부 ‘보수 단일 후보’가 된 것이 승리의 결정적 계기라고 본다.

또 다른 하나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대결한 제3차 TV토론에서 이 후보가 전교조 위원장 출신이라는 것이 널리 알려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선거를 10여 일 앞둔 시점의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전 전교조 위원장’으로 소개될 때는 문 후보에게 패하는 것으로 나왔지만 ‘전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소개될 때는 승리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러한 정황은 서울 시민들이 전교조 출신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한다. 기호 1번을 배정받은 이상면 후보가 사퇴했음에도 불구하고 표를 14%나 얻은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이는 투표자들이 1번 후보를 새누리당 후보로 인식하고 지지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 야당 후보인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의 38%가 교육감 재선거에서는 역시 야당 후보였던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런 점에서 이번 서울시교육감 재선거는 분명히 ‘전교조에 대한 심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바람에 대통령 선거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문재인 후보가 대선에서 패한 데에는 전교조에 대해 비판적인 국민의 뜻이 담겨 있다고 본다. 즉 이번 대선에서 야권이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패한 것은 국민이 변화를 원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전교조로 대표되는 세력과 선을 긋지 못하는 문재인과 민주통합당을 신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 시민의 60% 이상은 전교조에 대해 분명하게 노(NO)라고 답해 왔다. 그러나 제3차 TV토론에서 문재인 후보는 전교조를 비판한 박근혜 후보의 질의에 분명하게 답하지 못했다. 이 점이 문 후보가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모으지 못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이젠 교육현장 혼란 가라앉기를

이번 서울시교육감 재선거는 국민들이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에 대해 분명한 지지를 표명하지 못하는 사람이나 세력에게는 권력을 위임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이 점을 대통령 당선인도, 또 새 교육감도 인식하여 자신감과 함께 겸허함을 가지고 정책을 펴 나가야 할 것이다.

문 교육감은 취임사에서 밝힌 대로 서울교육을 정상궤도로 올려놓아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걸어갈 길이 쉽지는 않다. 남은 임기 1년 6개월간 민주통합당이 장악하고 있는 시의회를 설득해야 하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정책은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예산을 통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곽노현 전 교육감 시절의 혼란과 갈등을 다시 보고 싶지 않다.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교사 학부모 학생들에게 다가가 상처 입은 학교 현장을 보듬고 헤아려야 한다.

이명희 공주대 교수 범시민사회단체연합 공동대표
#전교조#곽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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