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강미은]페이스북 이용자 1000만 명 시대의 명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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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라디오가 5000만 명의 청취자를 확보하기까지는 무려 38년이 걸렸다. TV는? 13년이 걸렸다. 라디오보다는 훨씬 빠른 전파 속도였다. 그런데 인터넷이 50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는 데는 4년밖에 안 걸렸다. 애플 아이팟의 기록은 놀랍게도 3년이다.

페이스북은 어떨까? 페이스북은 세상에 나온 지 9개월 만에 1억 명의 이용자가 생겼다. 라디오나 TV와는 비교가 안 되는 속도로 사용자를 늘려갔다. 만약 현재 페이스북이 하나의 국가라면 세계에서 몇 번째로 큰 나라가 될까? 중국과 인도에 이어서 세계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가 된다. 올해 8월 기준 전 세계적으로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콘텐츠는 매일 25억 개에 이른다고 한다. 페이스북 사용자가 마음에 드는 콘텐츠에 누르는 ‘좋아요’ 단추는 하루 27억 번 눌린단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페이스북 이용자가 10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정보교류와 인맥관리를 위해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사람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이다. 예전에는 ‘군중의 지혜’였다면 이제는 ‘친구의 지혜’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페이스북은 선거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우 2008년 대선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 판세를 뒤집었다. 오바마에 대한 부정적 소문이 확대돼 가자 페이스북으로 ‘오바마에 대한 10가지 흑색선전’에 대해 진실을 알려 나갔다. 2008년이 미국 대선에서 소셜미디어 입문편이었다면 현재 2012년 선거는 응용편이라고 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선 오바마와 밋 롬니 후보의 소셜미디어 선거운동이 날이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오바마 대선팀의 페이스북 친구는 2500만 명에 이른다.

페이스북은 순기능 못지않게 역기능도 만만찮다. 개인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 확인되지 않은 악성루머나 괴담 등의 근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엽기적이고 끔찍한 괴담이나 ‘내 친구의 오빠네 회사 동료 이야기’처럼 출처가 불분명한 소문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져 나간다. 소문의 무한 재생산, 무한 확장이 이렇게 빨리 이루어진 시대도 없다. 흥미를 끌 만한 사건이면 진위와 관계없이 한두 시간 안에 전국에 소문이 퍼지고 동영상도 배포된다. 이런 현상은 페이스북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국 사회의 쏠림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만약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두고 파괴력 있는 소문이 SNS로 퍼져 나간다면 그전의 선거전에 상관없이 반나절 만에 선거 결과가 결판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진위를 파악할 시간도 없이 중요한 대통령 선거가 이런 식으로 결판날 수도 있다면 무서운 일이다.

개인정보 유출과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도 있다. 페이스북은 개인의 일상과 관심을 기록하는 라이프로그(lifelog)의 성격을 지녀 ‘신상털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기업이 마음을 먹는다면 구직자나 직원들의 평소 성향, 생각, 조직 충성도 등을 알아낼 수도 있다.

SNS의 공적 책임은 중요하다. 자칫 묻히기 쉬운 소수의 목소리도 공론화한다는 점에서는 장점이 크다. 소통을 촉진하는 SNS의 순기능은 살리되 근거 없는 괴담의 역기능은 줄여야 한다. 괴소문이나 일방적 주장으로 증오와 갈등을 부추기기에 앞서 합리적 타협을 이끄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개인들의 사적 담화 미디어에서 공론장의 성격을 갖는 공적인 미디어가 된 페이스북의 역할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SNS를 사용하는 우리는 늘 사실과 진실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을 가져야 한다.

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페이스북#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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