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승호]원화(貨)의 국제화를 위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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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원화 국제화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화폐인 원화가 외국과의 다양한 대외 거래에 널리 사용된다면 경제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우리나라에서 창출한 돈이 외국의 재화와 서비스를 가져다주므로 이는 분명 흥미롭고 새로운 경험일 것이다.

통화 국제화는 나라경제 도움

통상 한 나라의 통화가 국제화되었다는 것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자유로이 사용되는 경우를 가리킨다. 자국 통화가 수출입 등 무역 거래에서 결제통화로 이용되고 해외에서의 다양한 금융상품 거래가 그 나라 통화로 이루어진다. 해외 은행들도 그 나라 통화의 예금업무를 취급하고 외국인들은 돈을 자유롭게 빌리고 투자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본적으로 화폐가 갖는 계산단위, 교환수단 및 가치저장의 기능이 해외로 확대되는 셈이다.

통화의 국제화는 장기적으로 그 나라 경제에 많은 이점을 가져다준다.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자기나라 돈으로 무역 및 금융 거래를 할 수 있으므로 환 위험과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그 나라 통화표시 금융상품이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거래되므로 금융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 특히 자국통화를 이용하여 외국자본을 조달하기 쉬워지므로 외자의존도를 줄이고 갑작스러운 대규모 외자유출로 경제가 위기에 빠질 우려도 줄어든다.

전 세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국제통화로는 대표적으로 달러화, 유로화, 엔화를 비롯해 호주달러화, 캐나다달러화, 싱가포르달러화 등을 들 수 있다.

반면 올해로 자본시장 개방 20주년을 맞이한 우리나라 원화는 그간의 꾸준한 시장개방과 외환 및 자본자유화의 추진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제화 정도가 크지 않다. 우리나라의 수출입 거래에서 원화로 결제되는 비중은 최근까지 1∼2%에 그치고 있다. 이는 원화가 통화 국제화를 위한 기본요건이라 할 수 있는 무역 및 경제 규모, 금융시장의 성숙도, 통화가치의 안정성 면에서 국제적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한 데 근본 원인이 있다.

우리나라는 무역이나 국내총생산 규모에 비해 금융 및 자본시장의 질적 발전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편이다. 특히 우리 경제의 높은 개방도 및 대외의존도로 인해 대내외 충격 발생 시 급격한 자본 유출입과 외환 및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 결과 국제사회에서 원화 가치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충분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원화 국제화는 분명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득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이를 전면적으로 단기간에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행 외국환거래법에 일부 남아 있는 절차적 제한을 없애더라도 당장 원화에 대한 해외 수요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출입 때 원화결제 비중 높여야

또 통화 국제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단기적인 부작용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환투기 공격으로 환율 변동성이 높아질 개연성이 크다. 외국인들이 손쉽게 자국통화를 조달하여 이를 단기차익 거래 등 투기적 거래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화 국제화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 호주도 1983년 제도 변경 이후 수년간 환율 변동성 확대 등으로 부작용이 작지 않았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수출입 등에서 원화의 결제비중을 점차 높여 나가는 것이 원화 국제화의 기초를 다지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위안화의 국제화를 적극적으로 도모하고 있는 중국과의 무역결제에 원-위안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원화의 해외 사용을 늘리고 그 추이를 보아가며 관련 제도를 보완해 나간다면 원화의 국제화는 높아지는 우리 경제의 위상과 함께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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