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에 바란다]<끝>한국의회학회, 의회정치 정상화를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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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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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협의가 靑 눈치보는 허수아비 국회 만들어… 폐지해야”

19대 국회의 지상과제는 의회정치 정상화다. 18대 국회에선 그만큼 의회정치가 실종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의회학회가 동아일보 후원하에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19대 국회에 바란다’를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여는 것도 그런 이유다. 주요 발제문을 미리 소개한다.

○ 당정협의 폐지, 의원 입각 금지 검토해야


국회의 주전 선수는 국회의원이다. 선수를 움직이는 감독은 국민이다. 강장석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의회학회 회장)는 의회정치의 파행은 이 같은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고 지적했다. 국회가 의원과 국회의장이 아닌 정당과 대통령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당론에 매인 ‘거수기 의원’, 청와대 눈치 보는 ‘식물 여당’, 본회의 날짜도 알 수 없는 ‘허수아비 의장’이 나온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의원이 ‘1인 헌법기관’으로서의 지위를 회복하려면 여당 스스로 관행으로 굳어진 당정협의 폐지와 의원의 입각 금지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과 행정부의 채널인 당정협의는 권력 융합을 특징으로 하는 내각책임제 국가에서는 필요한 제도지만 입법부와 행정부 간 상호 견제와 균형이 특징인 대통령제에서는 국회의 예속화를 가져오는 폐해가 있다는 것. 강 교수는 “여당 의원의 장관 입각도 문제가 있다”며 “입각할 경우 의원직을 사퇴하는 게 국회의 권위를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쟁점이 생길 때마다 극단으로 치닫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후진적 정치 문화의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강 교수는 ‘국민으로부터 대표 받은 만큼만 대표’하는 게임 규칙을 제안했다. 상생과 승복의 정치 문화를 말한다. 다수당이든 소수당이든 선거 때 얻은 득표율 내에서 권한을 행사하라는 얘기다.

국회 운영의 ‘룰’도 체계 있게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는 국회법, 국정감사법, 국회의원수당법 등에 흩어져 있는데 이를 국회법과 국회규칙으로 일원화해야 적용에서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것. 또 내용도 정교하게 할 필요가 있다. 본회의, 상임위, 특위, 소위, 청문회 등 회의별 의사진행 절차가 천편일률적이라 파행과 비효율마저 ‘닮은꼴’이라는 지적이다. 본회의 길목에서 ‘대장’ 노릇을 하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 자구 심사권도 각 상임위나 국회사무처 법제실에 돌려줘야 한다고 강 교수는 덧붙였다.

○ 법안 발의 요건 강화해야

‘의원 발의 첫 1만 건.’ 18대 국회에 ‘영광의 기록’이 있다면 의원이 제출한 법안 수가 1만1190건으로 17대(6387건)보다 배 가까이로 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안 발의의 폭발적인 증가는 과연 환영할 만한 일일까. 최윤철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질적 수준이 담보되지 않은 채 양적으로만 증가하는 의원 입법은 오히려 국회에 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에 제출되는 법안은 결국 폐기된다 할지라도 검토, 심의를 거쳐야 하고 이는 모두 국민의 혈세가 드는 일이다.

실제 제출 법안에는 실적 채우기용(用) ‘중복’ ‘졸속’ 입법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쟁점 법안일 경우 같은 내용을 일부 표현이나 조문 순서만 바꿔 자신의 대표 발의로 제출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집행 단계에서의 재정 확보 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지르고 보자’ 식 법안도 많다. 이익단체의 로비를 받고 특정 집단의 이해만을 담은 ‘미성숙’ 법안도 있다.

최 교수는 의원들의 법안 발의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14대 321건, 15대 1144건, 16대 1912건이던 의원 법안 발의 건수가 17대 이후 급증한 데는 2003년 2월 발의 요건이 의원 서명 20명에서 10명으로 완화된 게 한몫했다는 것. 입법 활동을 뒷받침할 국회의 제반 여건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처리 건수는 한정될 수밖에 없다.

‘입법평가제도’ 도입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최 교수는 덧붙였다. 입법평가는 의원들로 하여금 법안 제정·개정이 정말 필요한지 예측해보고 법안 발의 여부를 판단하게 하는 제도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고 가정한 뒤 시행 결과를 시뮬레이션해 좀 더 하자가 적은 법안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독일과 스위스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19대 국회#의회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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