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현진권]국가를 위기로 모는 총선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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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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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권 아주대 교수·재정학
현진권 아주대 교수·재정학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내놓은 공약 내용을 보면 국가 운영에 대한 철학의 차이를 볼 수 없다. 성장에 대한 정책방향은 없고,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똑같이 내놓았다. 복지공약은 공짜상품을 늘리는 것이고, 경제민주화는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공짜복지와 대기업 규제를 통한 약자 보호라는 정치상품으로 국민의 감성을 자극하고, 득표로 연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성장전략 없이 정치논리로 포장

정치공약에선 본래 경제논리는 약하고, 표를 위한 정치논리가 강하다. 그러나 두 가지 논리 간에 격차가 너무 벌어지면 국가는 절대 성장할 수 없다. 지난 18대 총선에선 이들 간 격차가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다. 각 당은 경제성장에 대한 기본전략을 제시했다. 새누리당은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위해 규제 완화와 세율 인하를 내세웠고, 민주통합당에선 6% 성장을 통한 50만 개의 일자리를 내놓았다. 성장이란 몸통정책을 통해 분배를 위한 하부정책을 제시함으로써 경제논리에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공약에는 성장전략이 없고, 철저히 정치논리로만 포장돼 있다. 무상복지 확대는 경제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절대 현실화될 수 없다. 정치권에선 복지를 통해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미신을 퍼뜨린다. 이는 마치 부자가 소비를 많이 하지만, 소비를 많이 하면 부자가 된다는 논리와 같다.

복지는 성장을 통해 더 많은 세금을 거두어야 가능하다. 성장 없이 세금만 늘리면 성장은커녕 지금의 경제도 망치게 된다. 세금이 얼마나 무서운 정책인지 경제논리에선 잘 설명되지만, 정치논리에선 정권잡기용 하찮은 수단에 불과하다. 그나마 정당마다 복지 확대 공약은 있지만, 구체적인 재원 조달을 위해 어떤 세금을 올리겠다는 공약은 미미하다. 결국 세금 인상 없는 복지 확대라는 정치상품으로 국가를 위기로 몰고 있다.

중소기업, 서민, 청년을 앞세우며 가격 규제, 경쟁 규제 등으로 대기업을 규제하겠다는 공약은 반시장적 접근이다. 경제적 약자 보호와 같은 의도가 좋은 정책이라고 해도 시장원리를 무시하면 의도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경제적 약자를 위해 대기업을 규제하면 장기적으로 피해 보는 측은 경제적 약자다. 경제가 제대로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장을 위해선 경제를 한 몸통으로 보고 편 가르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한 거래는 근절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성장을 하면서 해결해야 하는 세부정책이지, 성장을 대체하는 정책이 되어선 안 된다. 서민경제, 중소기업 등으로 편 가르기 하는 경제정책으로 제대로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제는 서로 연관성을 가지고 같이 발전하는 한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세금만 늘리면 지금의 경제도 망쳐

이번 공약에는 경제논리가 배제되고 정치논리만 있다. 국민은 공짜상품을 원하고, 정치인은 이에 편승해 공짜상품 개발 경쟁을 하고 있다. 사회를 양극화로 이분하여 부자와 빈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으로 대립시키고 분열시켜 분노와 증오에 편승하는 공약을 ‘복지와 경제적 민주화’로 포장해서 정권만 잡으면 된다는 식이다. 정치인들은 4년간 정치 기득권을 즐기다가 물러나면 되지만 정치논리에 발목 잡힌 한국의 미래 경제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한국의 정치시장은 지난 총선과는 달라 정책방향에 대한 대결은 없고, 같은 정책을 누가 더 세게 베팅하는가의 경쟁만 있다. 정치적 승자가 누가 되든지 향후 국가 운영 방향은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우선함으로써 성장 발목을 잡는 전형적인 정치실패의 구조를 보여줄 것이다. 그래서 현재 한국은 위기다.

현진권 아주대 교수·재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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