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권순만]비급여 진료비에 ‘메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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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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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건강보험은 질병으로 인해 의료를 이용할 때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으로부터 국민을 지켜주는 제도다. 하지만 실제로 아플 때, 특히 중병으로 병의원을 이용할 경우 환자는 높은 진료비에 놀라게 된다. 이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서비스에 대한 진료비가 높다는 것과 연관돼 있다. 즉, 급여진료비에 대해서는 일정 비율만을 환자가 부담하지만 비급여진료비는 전액을 환자가 지불하는 것이다.

비급여 서비스 늘며 환자부담 급증

건강보험이 모든 의료 서비스를 급여로 제공해 주기는 어렵다. 어떤 의료는 치료에 반드시 필요하지 않아, 또 새로운 의료기술의 경우 아직 비용 대비 치료의 효과성을 판단하기 어려워 급여에 포함되지 않는다. 급여 기준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혹은 건강보험의 재정 여건상 급여 확대에 제한이 있어 비급여가 발생하기도 한다.

한편으로 의료 공급자의 입장에서 비급여 서비스는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병의원은 비급여 서비스를 더 많이 제공할 경제적 유인을 갖는다. 급여에 포함된 의료 서비스는 정부에서 가격을 규제해 이른바 수가가 책정되는 데 비해 비급여 서비스는 병의원이 가격을 직접 결정하기 때문이다. 또 의사는 환자를 위해 새로운 의료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기존 기술에 비해 치료 효과는 약간 향상된 반면 비용은 매우 높을 수도 있다.

비급여 진료비가 높음에 따라 야기되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입원 의료비용의 절반을 환자가 지불해야 한다면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취약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부는 급여 확대를 통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해 왔다. 하지만 급여에 비해 비급여 부문의 진료비가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환자의 경제적 부담은 크게 감소하지 않고 있다.

나아가 얼마나 많은 비급여 서비스가 어떻게 제공되는지 구체적 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비급여 서비스에 대해서는 정부 정책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 이는 의료비용뿐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 연관되는 문제다.

비급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가장 궁극적인 해결책은 비급여를 축소하고 이를 건강보험 급여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이런 급여 확대는 건강보험료의 인상을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병의원에 대한 진료비 지불제도의 개편도 비급여 축소에 도움을 줄 것이다. 서비스별로 가격이 책정되는 현행 행위별수가제에서 병의원은 비급여 서비스를 더 많이 제공하려는 유혹을 받는다. 하지만 포괄수가제도가 도입되면 질병의 진단별로 제공되는 총의료 서비스의 전체 묶음에 대해 하나의 가격이 책정되므로 병의원이 비급여 서비스를 제공할 경제적 유인은 대폭 줄어든다.

보험료 올려 건강보험에 포함시켜야

정부는 비급여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시장에서 합리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환자는 신의료기술 같은 비급여 서비스의 치료 효과에 대해 잘 모른다. 따라서 이런 신의료기술의 비용과 효과에 대한 평가를 공공기관에서 수행해 환자와 병의원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또 의료 공급자는 비급여 서비스를 제공할 때 소비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나아가 환자가 비급여 서비스를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가격 정보를 알려주어야 한다. 비급여 서비스 가격 정보 제공을 통해 소비자가 비급여 서비스 선택, 나아가 병의원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환자의 합리적인 선택은 비급여 서비스 영역에서 시장 메커니즘이 잘 작동하고 가격의 거품이 빠지는 데 기여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소비자가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가격 정보가 공개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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