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40>曰 百工之事는 固不可耕且爲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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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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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許行(허행)의 설을 전하는 陳相(진상)에게, 허행이 비록 농사는 스스로 짓는다고는 해도 그가 머리에 쓰는 冠(관), 밥 짓는 데 사용하는 가마와 시루, 농사에 필요한 농기구는 交易(교역)을 통해서 구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그리고 옹기장이 대장장이와 농민이 交易을 한다고 해도 서로 상대방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맹자는 직접 노동을 주장하는 허행도 여러 械器(계기)들을 교역하고 있는데, 그가 어째서 그렇게 교역을 해야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陳相은 機械(기계)나 容器(용기)를 만드는 일은 밭 갈면서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허행도 그런 것들을 교역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맹자는 천하 다스리는 일도 스스로 밭 갈면서 함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점을 환기했다.

앞의 曰은 陳相의 말이다. 百工은 온갖 工人(공인)을 말한다. 固는 ‘진실로, 정말로’란 뜻의 부사이다. 耕且爲는 밭 갈면서 한다는 말인데, 爲의 목적어인 百工之事를 앞으로 보내어 강조했다. 且는 두 개의 동사 사이에서 두 동작의 竝發(병발, 나란히 일어남)을 나타낸다. 즉, ∼且∼는 한편으로 ∼하면서 한편으로 ∼한다는 뜻이다. 獨可耕且爲與는 ‘유독 밭 갈면서 또한 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반문하는 말로, ‘밭 갈면서 동시에 할 수는 없다’라는 주장을 속에 지니고 있다. 이때 爲의 목적어는 앞에 나온 治天下이다.

옛사람은 말하길, 천하 다스리는 일은 밭 갈면서도 할 수는 없으나, 글 읽는 일은 밭 갈면서도 할 수가 있다고 했다. 즉 洪直弼(홍직필)은 ‘治天下固不可耕且爲也(치천하고불가경차위야)로되 而讀書則可경而爲(이독서즉가경이위)니라’라고 했다. 조선 후기에는 士라고 해도 농사짓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사람이 많아졌다. 그래서 晝耕夜讀(주경야독)을 더욱 경계의 말로 삼게 된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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