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회 좌담]종합편성채널 출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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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프로그램 홍보 하더라도 신문품격 잃지 말아야”

동아일보사 독자위원회는 
19일 본사 편집국 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종합편성채널의 출범’을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박태서 스탠더드에디터, 박명식 
미디어연구소장, 이주향 위원, 이진강 위원장, 김동률 위원, 최영훈 김동철 스탠더드에디터.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동아일보사 독자위원회는 19일 본사 편집국 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종합편성채널의 출범’을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박태서 스탠더드에디터, 박명식 미디어연구소장, 이주향 위원, 이진강 위원장, 김동률 위원, 최영훈 김동철 스탠더드에디터.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2009년 7월 미디어법 개정, 2010년 12월 종합편성채널 선정에 이어 올 12월 1일 종편채널이 출범했다. 1980년 11월 30일 언론통폐합으로 폐지된 지 31년 만에 신문 방송 겸영 체제가 부활한 것이다. 동아일보의 채널A, 조선일보의 TV조선, 중앙일보의 JTBC, 매일경제의 MBN 등 종편 채널이 출범함으로써 미디어 환경의 일대 변화가 시작됐다. 동아일보사 독자위원회는 19일 ‘종합편성채널의 출범’을 주제로 토론했다.》
―종편 4개사가 한날한시에 출범했습니다. 아직 20일도 채 되지 않은 신생아 수준이어서 미숙한 점이 많지만 앞으로 신방 겸영의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종편이 제자리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진강 위원장=
출범하기 전부터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습니다. 막상 시작하고 보니 희망적이라거나 기대된다는 반응보다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더 많은 듯합니다. 종편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던 찬반양론의 극한 대립 상황을 고려해 보면 출범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겁니다. 미디어 환경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고품격의 콘텐츠를 창조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가 있었지만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초라하다고 하겠습니다.

최영훈 스탠더드에디터=
종편 채널 4개가 다 그렇겠습니다만 채널A도 아직은 여러모로 부족합니다. 시청률도 당초 예상한 것보다 낮습니다. 이제 막 시작한 만큼 앞으로 의미 있는 변화가 있으리라고 봅니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두 매체의 기자들이 같은 공간에서 근무함으로써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통합뉴스룸 운영이라는 시험적인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다른 방송들과 비교해 차별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없지만 일부 시너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협력해 좀 더 공정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보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김동률 위원=출범 사흘 전까지도 채널이 정해지지 않았던 상황에서 이만큼 한 것은 오랜 전통이 있는 언론사의 저력을 보여 준 것입니다. 하지만 종편이 시청자들의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목표를 세웠었는데 아직 존재감은 미약한 듯합니다. 채널A는 보도가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현재까지 ‘어퍼컷’은 나오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나올 거라고 기대합니다. 동아일보와 채널A 기자들이 함께 기획하고 취재하는 크로스미디어 프로그램인 ‘호주 워킹 홀리데이’는 기념비적인 보도였다고 하겠습니다. 통합뉴스룸 운영도 아주 좋은 시도입니다.

이주향 위원=채널A는 보도가 무기라고 하는데 보도가 무기가 되기 힘든 세상입니다. 24시간 보도하는 뉴스 전문 채널과 어떻게 경쟁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 봐야 합니다. 보도보다는 예능과 드라마가 시대적인 조류라고 생각합니다. 종편도 어떻게 한류 바람을 탈 수 있을지 궁리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채널A 뉴스를 시청한 소감을 말하면 뭔가가 어색하다는 것입니다. 그게 내용이 아니라 느린 말투 때문이었습니다. 또 문장은 그렇지 않은데 말투가 너무 부드러웠고 신문기자의 습성 때문인지 몇 마디씩 자기 생각을 집어넣기도 했습니다. 방송은 신문과 달리 아주 작은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 남자, 그 여자’ 프로그램은 많이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소재를 잡았는데 진행이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반전의 과정이 드러나지 않아 낯설기도 했습니다.

이 위원장=
신문과 방송은 추구하는 목적이나 기준뿐만 아니라 규제의 기준도 조금씩 다릅니다. 신문은 신문사나 기사를 쓰는 기자의 시각을 어느 정도 밝힐 수 있지만 방송은 주관적인 의견을 밝혀서는 안 됩니다. 특히 정치 사안에 대해서는 기회 균등의 원칙이 적용됩니다. 차별성을 보이기 위해 어떤 주장을 하려면 심의 규정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 위원=채널A를 비롯한 종편이 제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자체의 역량 문제 때문이 아니라 한국의 시장 규모를 무시하고 종편을 4개나 선정하는 바람에 종편들이 과당 경쟁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진부한 얘기지만 살아남기 위해선 차별화해야 합니다. 모두 고만고만하니 차별화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수십 년을 라면은 다 똑같다고 생각해 왔는데 ‘꼬꼬면’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처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또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말고 질 좋은 콘텐츠로 나라 밖 시장을 겨냥하는 안목을 가지기 바랍니다.

―시청자들이 아직은 종편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알려야 할까요. 또 신문과 방송이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 위원장=종편을 이제 막 시작했으니 시청자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그런데 신문마다 1면이나 2면에서 자사 프로그램의 예고와 평가 등을 집중적으로 홍보합니다. 심지어 한 면 전체를 할애하다시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러다간 신문이 제구실을 못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 됩니다. 신문의 품격을 유지하면서 시청자에게 알릴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 위원=좋은 프로그램을 지면에 소개하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진짜 좋은 프로그램을 적절한 면에 나눠서 하되 단순한 소개가 아니라 신문다운 글쓰기로 해야 합니다. 채널A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자랑하지 말고 사람 이야기로 공감을 끌어내야 합니다. 드라마에 대해서 쓰더라도 드라마가 아니라 사람에 대해 썼다는 느낌이 들어야 합니다.

김동철 스탠더드에디터=지금의 홍보성 기사는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봅니다. 신문이 기존의 지상파에 대한 비평을 해 왔습니다. 마찬가지로 종편에 대한 비평도 해야 합니다. 채널A든 다른 종편이든 좋은 건 좋다고, 나쁜 건 나쁘다고 해야 합니다. 그런 방법이 더 건전하고 독자나 시청자에게 호소력 있게 전달될 것이라고 봅니다.

김 위원=아직 초기니까 어쩔 수 없는 전략이겠지만 채널A의 프로그램에 대해 동아일보가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또 채널A가 동아일보와 비슷한 성향을 보이는 것은 불가피하겠지만 정치적 편향성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방송은 동아 조선 중앙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이지 않는 게 좋을 듯합니다.

박태서 스탠더드에디터=
개국에 맞춰 채널A 사이트(www.ichannela.com)를 개설했는데 짜임새 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채널A가 보도부문에 중점을 둔 만큼 뉴스 사이트를 특히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내년 선거보도 서비스를 충실히 하기 위해 긴밀한 논의를 진행 중입니다. 드라마 예능 등 다른 콘텐츠도 꾸준히 보완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 위원=종편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미디어법이 날치기로 통과됐고, 거기서 탄생한 종편은 원죄를 안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주장을 극복할 방안도 고민해 봐야 합니다.

김 스탠더드에디터=종편이 질 높은 콘텐츠로 하루빨리 정착하고 시청률도 높아져야 그런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위원장=종편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현 정권이 정치적인 고려로 보수 신문에 혜택을 준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말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보도해야 합니다. 연예 오락 프로그램은 즐거움과 감동을 주어야 합니다. 교양 프로그램도 신선하고 유용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무한 경쟁 속에서 시청률이 오르고 광고 수주도 순조롭게 되는 선순환이 이뤄져 종편이 안착할 수 있습니다. 아직 20일도 안 된 상황이라 걱정스러워하는 얘기가 많이 나왔지만 채널A를 비롯한 종편이 모두 국민에게 좋은 방송을 서비스하고 성공을 거두기 바랍니다.

정리=여규병 기자 3spring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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