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기현]‘日민주당 복지공약 철회’ 너무 다른 여야의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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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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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정치부
김기현 정치부
일본 민주당이 2년 전 집권을 안겨줬던 핵심 복지 공약을 철회하고 사과까지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우리 정치권의 분위기가 미묘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일단 공식 반응을 자제했다. 상대국이 있는 문제라 자칫 민감한 외교 사안이 될 수 있어 입을 열기 어렵다는 조심스러운 태도다. 그러나 내심으론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하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24일 “우리 민주당도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은근히 꼬집었다. 다음 달 전면 무상급식 찬반을 묻는 서울시 주민투표를 앞두고 ‘포퓰리즘 논란’이 다시 커지는 상황에서 일본의 사례가 한나라당에 호재가 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반면 민주당은 일본 민주당과의 차별화에 신경을 썼다. 민주당 보편적 복지정책단장인 이용섭 대변인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본의 상황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안 맞다”고 말했다. 자민당이 대규모 토목공사, 감세정책을 펴는 바람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200%를 넘었고 이를 물려받은 민주당이 재원 부족으로 복지정책을 제대로 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 사례를 볼 때 오히려 한나라당이 반성해야 한다”고 역공을 가했다.

그러나 2009년 8월 일본 중의원선거 결과가 나왔을 때 민주당에선 “일본 민주당의 정책과 공약을 벤치마킹하자”는 목소리가 많았다. 정세균 당시 대표는 “틀림없이 한국에서도 똑같이 반복될 상황을 예감케 한다”며 반색했다. 일본 민주당이 아동수당 공약으로 집권에 성공했던 것처럼 민주당은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으로 승리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한일 민주당의 슬로건도 비슷했다. 일본 민주당은 ‘콘크리트에서 사람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건설 예산 등 공공사업비를 줄이고 사회복지 비용을 대폭 늘린다는 계획 아래 집권 이후 대표적 토목사업인 전국적인 댐 건설 사업을 중단시켰다. 4대강 사업 예산을 줄여 복지재원을 확충하겠다는 민주당의 주장과 비슷했다.

여야가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나라당도 일본 민주당의 실패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은 “우리 당내에도 반성할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진정한 반성의 기미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은 “우리 정치권은 여전히 ‘나중에 사과하더라도 일단 복지 공약을 밀고 나가서 집권부터 하고 봐야 한다’고 믿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반성은 제때 해야 한다. 늦으면 그건 하나마나한 변명일 뿐이다.

김기현 정치부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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