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얼굴에 안개가? 눈코입 안 보이는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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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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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광동 안개소년/박진규 지음/240쪽·1만 원·자음과모음

얼굴에 안개가 낀 모습으로 태어난 소년은 부모가 도망가고 외할머니 손에서 어렵게 자란다. 짙은 안개 가 덮인 듯 눈, 코, 입이 보이지 않아 ‘달걀귀신’처럼 보이기 때문에 소년은 후드티를 입어 얼굴을 가린다. 통증 같은 증세는 딱히 없다. 세수를 여러 번 해도 민얼굴을 볼 수 없다는 것밖에는.

안면장애를 설명하는 상징으로 안개를 차용한 점은 신선하다. 소수자의 삶을 차분한 시선으로 담아낸 것도 눈에 띈다. 하지만 소재의 신선함에 비해 중반 이후 긴장감이 떨어진다. TV에 나가 유명인이 됐다가 구설수에 휘말리고,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그리고 어느 돈 많은 회장이 안개의 비밀을 풀려고 한다는 등 어디선가 본 듯한 전개가 아쉽다. 안개처럼 뿌옇게 끝나는 밋밋한 결말도 허전하다. 2005년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한 저자의 세 번째 장편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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