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편지/윤상철]6·25 참전국을 돕는 선물 ‘새마을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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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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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로 임지가 결정되고 나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더운 나라 가서 고생이 많겠다”였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이 떠올리는 아프리카 풍광은 적도의 뜨거운 태양과 매우 건조한 환경, 그리고 사막과 동물이 뛰노는 초원이다. 하지만 내가 현재 근무하는 아디스아바바는 아프리카 날씨에 대한 선입견을 무참히 깨버리는 도시이다. 해발 2500m에 자리하고 있기에 1년 내내 섭씨 10도에서 20도 사이의 선선한 날씨를 유지한다. 더운 나라에서 고생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도 좋은 기후 환경에서 생활한다.

이곳의 계절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2월부터 4월까지는 소우기, 7월부터 9월까지는 대우기라고 불린다. 두 번의 우기 사이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건기가 있다. 오래전부터 이 시기는 크게 변함이 없었기에 대부분의 농민은 계절 변화에 맞춰 농작물과 과일을 재배했다.

좋은 날씨를 자랑하던 에티오피아도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기후 변화에 예외일 수는 없다. 작년에는 소우기가 없이 건기가 지속되었으며 대우기에도 남부지방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게다가 대부분의 전력 생산을 수력발전에 의존하기에 작년에는 3개월가량 단전과 단수로 고생했던 기억이 선하다. 올해는 반대다. 3월 초순부터 거의 매일 한두 차례씩 비가 내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9월까지 매일 비가 오는 날씨가 지속될 듯하다. 급작스러운 기후 변화에 에티오피아 농민은 매우 당황해한다. 실제적으론 줄어든 농작물 작황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제시한 유엔 기후변화협약도 이곳 농민에게는 실제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농기계 하나 없이 전통적인 방법으로 농사를 짓는 이곳은 기후 변화에 대처할 능력이 없다. 관개시설이 부족해 가뭄에 취약하고 비닐하우스 같은 시설이 없어 우기가 늘어날 경우 아무 대책도 없이 그저 하늘만 바라볼 뿐이다.

특히 햇살이 센 건기를 버티기 위해 고랑에 파종을 하는 에티오피아의 농법 특성상 우기가 길면 모든 작물이 수몰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다고 현지 농업전문가들은 말한다. 변화에 맞춰 대응하는 방법을 알지도 못하고 알려 주는 이도 없어 한 해 농사를 망치더라도 내년에 다시 똑같은 방법으로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니 매년 기근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점점 어려워지는 에티오피아 농촌에 새로운 희망이 전해졌다. 한국의 새마을운동이다. 특히 유엔 빈곤퇴치 프로그램의 하나로 새마을운동이 채택된 다음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자발적으로 배우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한국의 어느 지방자치단체는 새마을운동을 에티오피아에 보급하기 위해 연수생을 초청해 교육했고 새마을리더 해외봉사단원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제회의에서 나온 화려한 결의문보다 에티오피아 농민에게 필요한 것은 이것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새마을운동이 에티오피아 농촌 문제의 모든 해답은 아니다. 하지만 점점 피폐해져 가는 이곳 농촌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는 있다. 영농기술의 전수뿐만 아니라 농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공동체 의식을 높여 농촌 개발 및 근대화를 이루는 데 새마을운동이 일조한다면 이보다 더 큰 국위 선양은 없다. 60년 전 이름 모를 나라가 전쟁으로 어려울 때 참전해 도와주었던 에티오피아인에게 새마을운동이 보은의 선물이 되길 기대한다.

윤상철 KOICA 에티오피아 사무소 협력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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