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막판까지 씁쓸 수치심도 잊은 ‘조강지처 클럽’

  • 입력 2008년 9월 23일 02시 59분


“인생은 기브 앤드 테이크다. 넌 나에게 뭘 줄 건데?”(한원수)

“그럼 뭐, 요구르트 먹으러 가자고?”(나화신)

“그런 건 저절로 딸려오는 옵션이지. 겨우 요구르트로 되겠냐. 너 솔직히 요구르트 먹을 생각은 있었냐?”(한)

“보증 서주면 근사한 데서 저녁도 먹고 뭐, 처음 보는 사람도 아니고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데 뭐 까짓것.”(나)

20일 방영된 SBS 주말극 ‘조강지처 클럽’(극본 문영남·연출 손정현) 99회분의 한 장면이다. 화신(오현경)은 사업자금 대출을 위해 남편 원수(안내상)에게 빚보증을 받는 대신 그와 재결합하기로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둘은 자신들의 은어인 ‘요구르트’를 거론하며 부부간의 성관계를 암시했다.

이 장면이 나간 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항의 글이 잇따랐다. 정예진(zubzub) 씨는 “한원수를 그렇게 싫다 하면서 너 죽고 나 죽자고 난리 쳤던 나화신이 돈 때문에 몸까지 파는 캐릭터였느냐”며 “돈 몇 푼에 지금까지의 수치심을 다 잊고 자존심마저 내팽개쳐 버리다니 울화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안진환(paul0321) 씨는 “재정보증 문제로 재결합한다는 전개는 배금주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속물근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10월 5일 마지막 회(104회)를 향해 가는 ‘조강지처 클럽’의 결말에 대한 시청자의 비난이 매서워지고 있다. 당초 50회였던 드라마 분량이 몇 번씩 연장된 끝에 104회로 늘어났다. 엿가락처럼 잔뜩 늘어진 드라마는 꼬이고 꼬인 설정들이 반복되며 시청자의 비난을 샀다. 3주 후에, 한 달 후에 봐도 내용을 따라잡는 데 어려움이 없다는 것.

물론 최종 결말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최근 종방연에 참석한 손정현 PD의 말처럼 “시청자들이 원하는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될 수도 있다. 화신이 남편을 파멸시키려는 수단으로 빚보증을 요구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끝내기 반전을 위해 또 한 번 비상식적인 설정을 집어넣은 것에 대해 시청자들은 “작가의 술수에 또 한 번 낚였다”고 말한다.

‘조강지처 클럽’은 방영 내내 ‘욕 하면서 보는 드라마’라는 오명을 받아왔다. 배배 꼬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30%를 오르내리게 만든 건 분명 작가와 제작진의 능력이다. 하지만 시청자의 애간장은 녹였을지언정 시청자의 마음을 얼마나 샀는지는 쉽게 대답하기 힘들 것 같다. 한 시청자의 의견을 곱씹어 볼 만하다. “어떤 드라마는 예전에 끝이 났어도 우리 가슴 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데 말이야. 당신들 이 드라마, 내일이면 다 잊어버릴 드라마야.”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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