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와 떠나는 부동산 여행]놀라운 성형

  • 입력 2007년 1월 15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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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재건축에 대한 규제가 계속 강화되고 있는 것과 달리 리모델링은 올해 1월부터 완화된 기준이 적용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리모델링 가능 시점이 ‘준공 후 20년’에서 ‘준공 후 15년’으로 바뀌면서 사업대상 단지가 늘어난 데다 전용면적의 30%까지 집 면적을 넓힐 수 있게 되면서 수익성도 높아졌다.

9일에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단지 전체를 리모델링하면서 지하주차장까지 설치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쌍용 예가클래식’ 아파트(옛 방배 궁전아파트)가 준공됐다.

2005년 7월부터 1년 6개월간 이 리모델링 공사를 맡은 쌍용건설의 유광상(사진) 현장소장과 함께 리모델링의 새로운 모델로 떠오른 쌍용 예가클래식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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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명품 아파트로 변신

1978년 3개 동에 216가구가 입주한 궁전아파트는 리모델링 직전에는 새는 물이 아래층에 뚝뚝 떨어질 정도로 낡았다. 주민들은 겨우 78대만 동시에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을 놓고 이웃과 매일 전쟁을 벌여야 했다.

리모델링 이후 복도식의 낡은 아파트가 계단식 아파트로 변신하면서 이런 일들은 이제 추억이 됐다. 아파트 내부 면적은 평균 30%가 늘어 28평형은 35평형으로, 36평형은 45평형으로, 42평형은 53평형으로 넓어졌다.

리모델링 공사는 기둥과 콘크리트 바닥 등 골조만 남기고 모두 헐어낸 뒤 인테리어를 새로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복도와 발코니 확장에 그치지 않고 아파트의 앞면과 뒷면으로 폭 1.5∼2.5m만큼 ‘수평증축’을 해 면적을 크게 늘렸다. 새로 생긴 공간은 발코니와 방을 만드는데 이용됐다.

“수평증축으로 내부 면적이 늘어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기둥이 거실로 튀어나오게 된 겁니다. 그대로 두면 보기에도 좋지 않고 리모델링을 하는 의미도 퇴색할 수밖에 없어 특허공법을 활용해 기둥을 벽 속에 넣었습니다. 벽 속에 새로 기둥을 만들어 단단하게 굳으면 튀어나온 기존 기둥을 잘라내는 기술이었죠.”(유 소장)

○지하주차장 설치의 일등공신은 특허공법

이 리모델링의 가장 큰 특징은 지하주차장을 새로 만든 것이지만 주차장 설치공사는 사실 난관이 많았다. 최대 난제는 동과 동 사이의 지하를 파내고 만든 주차장과 엘리베이터를 연결하는 공사였다.

“옛 궁전아파트의 엘리베이터는 지상 1층까지만 운행했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지하까지 내려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파트 밑을 파야 했지만 섣불리 손댔다가는 건물이 붕괴할 위험이 있었죠.”(유 소장)

쌍용건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하 15m 암반층에 단단히 박은 ‘ㄷ’자 모양의 고강도 철제빔으로 아파트 전체를 떠받쳐 안정성을 확보한 뒤 건물 밑을 파내는 신 공법을 개발했다.

‘엘리베이터 지하연장 공법’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2005년 9월 특허로도 출원됐다.

○리모델링 후 53평형은 8억 원 올라…입주민은 대 만족

53평형에 입주한 남상배(52) 씨는 리모델링 공사에 대해 “전체적으로 대 만족이다. 16억 원을 준다고 해도 팔 생각이 없다”며 흐뭇해했다.

리모델링 이후 아파트 값이 많이 올랐다. 분담금 1억 원을 낸 35평형은 3억7000만 원 선에서 현재 9억 원 선으로, 분담금 1억3000만 원을 낸 45평형은 4억6000만 원 선에서 11억 원 선으로, 분담금 1억6000만 원을 낸 53평형은 5억9000만 원 선에서 14억 원 선으로 뛰었다. 53평형의 경우 분담금을 빼고도 현재 6억5000만 원의 이익이 난 셈이다.

리모델링 공사를 할 동안 방배동의 아파트 매매가 평균 상승률은 34.4%. 같은 기간 이 아파트 값은 139.5% 올랐다. 아파트가 워낙 낡아 기존 가격이 주변 아파트보다 낮았던 이유도 있지만 리모델링으로 가치가 높아진 결과인 것은 분명하다.

이 아파트 리모델링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9일 준공식 때는 양천구 목동 아파트 등 리모델링 추진대상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이 ‘견학’을 오기도 했다. 서울 노원구는 이달 중 쌍용건설을 구청으로 초청해 아파트 리모델링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유 소장은 “인테리어를 개선하는 정도에 머물렀던 리모델링을 재건축 수준으로 끌어올려 리모델링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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