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병섭]행자부 팀제 확대적용 신중해야

  • 입력 2005년 3월 28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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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자치부로부터 불어오는 정부개혁의 바람이 뜨겁다. 세간의 논쟁을 불러일으킨 복수차관제의 여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팀제로 공직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18일자 동아일보 ‘행자부 조직개편안 오류 많다’의 지적처럼 행자부의 팀제 도입에 대해 우려의 눈길이 모아지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정부의 어느 다른 기관보다 관료제적 특성을 강하게 지닌 것으로 인식되는 이 부처가 기존 팀제보다 강력한 제도를 도입해 이를 전 부처에 확대 적용할지 모른다는 기대와 우려 때문이다.

특정 제도를 도입할 경우 해당 조직의 문화와 제도가 적합할수록 그 제도의 적용 가능성은 높아진다. 그러나 문화적합성만을 고집하면 기존 문화를 고착시킬 가능성이 높아 때로는 기존 문화와 상치되는 제도를 도입하는 전략을 취하게 된다. 이번의 경우 정부 수립 이후 60년 가까이 유지돼 온 계급중심의 다계층 조직구조와 수직적 상하관계의 조직풍토를 개혁하기 위해 그것들의 표상이라 할 수 있는 행자부가 스스로 변신을 시도하기 때문에 우리가 주목하는 것이다.

또 특정 제도와 기존 조직문화와의 차이가 클수록 파열음도 크고 저항의 바람도 심하게 된다. 그래서 보통은 같은 이름의 제도라 해도 저항이 적은 형태로 변형 도입된다. 일부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에서 조직계층 구조를 그대로 두고 단순히 명칭을 과에서 팀으로 바꾸거나 태스크포스형 팀제를 도입하는 것이 이런 경우다. 그런데 행자부는 계층구조 개편을 포함해 파격적인 팀제를 실험하고 있다.

가령 직원-계장-과장-국장-부서장의 결재단계는 팀원-팀장-본부장의 2단계로 축소됐다. 도장 찍는 칸 수가 줄어드는 것은 인력 낭비를 줄이는 것은 물론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정부가 신속하게 대응토록 해준다.

행자부 팀제는 또 전면적인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물론 계층제적 조직도 경쟁을 유발한다. 공무원들은 고위직의 권한이 크기 때문에 승진 욕구가 강하고 경쟁이 치열하다. 또 복수직급제는 ‘1직위 1직급 원칙’을 폐지해 경쟁의 폭을 넓히는 측면이 있다. 계층제적 조직이나 복수직급제에서는 특정 직위를 받고난 뒤 하위 직위에 임용되지 않지만 행자부 팀제에서는 공직 사상 처음으로 상위직급이 팀원이 되는 직위 역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팀 실적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므로 경쟁의 정도와 양상이 현저히 달라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전면적인 팀제 실시에 앞서 단행된 본부장 및 팀장 인사에서는 국·과장 7명을 무보직 발령하고 계장 6명을 팀장으로 발탁했다. 우선은 공직사회가 느끼는 긴장도가 달라질 것이며,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더 높은 경쟁력을 갖춘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행자부식 팀제를 전 부처에 확대 적용하는 것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그간 정부 개혁과정에서는 ‘부분적’으로 도입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들을 제대로 실험도 않고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바람에 시간과 노력, 비용만 낭비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팀제도 그 가능성 못지않게 점검해야 할 사항이 많다. 행자부식 팀제를 강요하기보다는 실험이 완전히 정착된 뒤 다른 부처가 자율적으로 벤치마킹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 것이 반드시 모든 곳에서 의도한 효과를 나타내지는 않는다는 것, 이것이 정부혁신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결론이다.

김병섭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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