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 인&아웃]외교장관 ‘사장’-대사 ‘지사장’

입력 2004-09-05 18:53수정 2009-10-0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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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원 원장님 지나간다.”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근무하는 과장 중 부하 직원으로부터 이런 수군거림을 듣는 사람은 자신의 업무 태도를 깊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 ‘복지원’은 쓸데없는 일을 밤늦게까지 시키는 과장 때문에 근무 여건이 크게 나빠진 과(課)를, ‘원장’은 그 과장을 일컫는 공직사회의 은어.

비슷한 표현으로 ‘마을’과 ‘촌장’이 있다. “요즘 ○○과가 ‘마을’ 됐대”라는 말이 돌면 그 과 직원들의 과장(촌장)에 대한 불만이 노골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마을’이 더 나빠지면 ‘복지원’이 된다. 두 단어 모두 80년대 일부 사회복지시설의 인권 유린 사건에서 연유한 듯하다”고 말했다.

정부중앙청사에선 청와대를 그 지리적 위치 때문에 ‘윗집’ 또는 ‘뒷집’이라고 부르고 대통령은 귀빈을 뜻하는 ‘VIP’로 통칭한다.

중앙인사위원회 소속 소청심사위원회는 퇴임을 앞둔 최고참 1급 공무원이 위원으로 주로 임명돼 ‘노인정’이라고 불려왔다. 그러나 최근엔 1급 되기가 어려워지자 이 노인정 입소 경쟁도 매우 치열해졌다.

해외 근무가 많고 보안 문제에 민감한 외교관들은 상대적으로 은어 사용이 더욱 잦은 편이다.

‘본사 사장’은 장관, ‘부사장’은 차관, ‘지사장’은 대사와 총영사 같은 재외공관장을 뜻한다. 주미 대사관 직원이 외교부 본부에 “안개 낀 곳에 갔더니 사장님이 월요일에 오면 언덕 위에서 점심도 줄 수 있다고 합니다”라고 보고했다면 이는 “미 국무부에서 ‘장관님이 월요일에 방미하면 의회에서 오찬 행사도 가질 수 있다’고 한다”는 뜻이다. 미 국무부는 인근 지역명을 따 ‘Foggy Bottom(안개가 자주 끼는 저지대)’, 미 의회는 지형을 빗대 ‘Capitol Hill(의회 언덕)’로 불리기 때문이다.

중견 외교관들 사이에 ‘냉탕’은 기후가 선선하고 근무 여건이 좋은 선진국 공관, ‘온탕’은 날씨가 더운 후진국 공관을 뜻한다. 그러나 요즘 젊은 외교관들은 좋은 공관을 ‘온탕’, 열악한 공관을 ‘냉탕’으로 부른다.

국방부에선 ‘별’(장군)을 못 달고 자리만 지키고 있는 대령을 지칭하는 ‘장포대(장군 되기를 포기한 대령)’가 대표적 은어이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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