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兆로 이전가능한 행정수도는?

  • 입력 2003년 3월 4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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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만든 ‘행정수도 이전 관련 보고서’가 보도되면서 행정수도 이전지의 윤곽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일단 인수위는 “후보지에 대한 현장조사를 거치지 않고 산출한 밑그림”이라며 후보지를 구체화하는 데는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도시계획전문가들은 인수위가 상정한 예산규모와 추진 일정만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이른바 ‘유력지’를 추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수위가 정부의 직접투자비를 7조2000억원으로 책정한 것은 현지의 여건을 검토하지 않고서는 쉽게 내놓을 수 없는 안”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인수위가 제시한 직접투자비를 포함 37조를 바탕으로 할 때 거론 중인 후보지 5곳 가운데 행정수도 후보지는 한두 지역으로 압축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앞으로 설치될 청와대의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도 이 같은 사업비를 정책 판단의 중요한 근거로 삼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인수위 예산에 적합한 곳은?=민주당의 대선 공약집,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시절 수립된 행정수도 이전 관련집 등을 토대로 떠오른 후보지는 △공주(장기)-연기권 △논산 계룡신도시권 △천안-아산권(이상 충남) △대전 서남부권 △오송-오창권(충북) 등 5곳이다.

최근에는 공주(장기)-연기권이 장기지구와 연기 금남지구로 나뉘고 대전 서남부권과 계룡신도시권이 하나로 통합돼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가 상정한 이전 예산 가운데 직접투자비는 예정지의 사회인프라 개발 수준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점에서 ‘유력지’를 점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70년대 후반 ‘백지계획’ 수립에 참여했던 유상혁(劉相赫·도시계획학 박사) 대전시 도시계획과장은 “인수위가 추산한 비용으로 추진한다면 5곳 중 한두 군데만 가능하다”고 못박았다. 그는 “인수위 보고서에는 행정수도의 사회인프라 구축비용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며 “이는 배후도시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즉 대학을 비롯한 교육시설과 대규모 공연장 등 사회문화시설 구축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같은 비용이 감안되지 않았다는 것.

다른 도시계획전문가(대학교수)는 “행정수도의 사회인프라 기능을 주변 모도시(母都市)와 연계시킨다는 구상이라면 인구 100만명 이상의 대전과 근접해 이전하는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사업일정에 맞출 수 있는 곳은?=인수위는 2006년까지 부지를 매입하고 보상을 완료하겠다는 빡빡한 사업일정을 짰다. 후보지 5곳의 토지소유 상황이 제 각각이란 점에서 이 일정도 유력지를 꼽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

천안-아산지구와 장기지구, 오송 및 금남지구의 경우 대부분이 사유지인 실정. 최소 1500만평을 조성하고 특별법을 제정한다 해도 보상가 산정과 이를 둘러싼 지주와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논산지구는 이 같은 ‘험로’를 피해 갈 수 있는 곳으로 분석된다. 이곳엔 3군 본부가 들어서 있는 주변 670만평이 이미 군사시설보호구역인 데다 주변에 신도시가 개발 중이어서 부지 매입이 손쉬울 전망.

호남고속도로와 천안∼논산간 고속도로가 인접해 있어 광역교통망과의 연계가 용이하고 대전이 배후도시라는 점도 다른 후보지보다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모 기관에서는 논산지구 주변을 계룡(행정부), 성북(환경친화적 외교단지),대전 서남부(주거 상업단지), 상월지구(개발압력에 따른 추가 개발예정지)로 나눠 광역교통망과의 연계도로 구축 등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한 곳은?=인수위는 이전계획 사업비 가운데 민간건축비를 전체 비용의 60.4%인 22조5000억원으로 추정했다. 행정수도다운 면모를 갖추기 위해선 민간의 참여가 절대적이라는 점을 반영한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분양매력이 낮은 동 떨어진 곳에 행정수도가 자리 잡을 경우 민간자본의 참여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럴 경우 행정수도 이전 작업 전체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을 새 정부도 감안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싸고 건설비용 과다론 및 시기상조론, 수도권 공동화와 부동산 폭락에 따른 경제위기론 등 주요 쟁점들이 산재해 있어 유력지가 확연히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행정수도 이전계획 사업비 (자료:대통령직인수위원회)
총사업비37조2000억원
주요 시설별정부 직접투자비(7조2000억원)청 사2조1000억원
지원시설2조7000억원
간선시설2조4000억원
공영개발사업7조5000억원
민간건축비22조50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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