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방화]“유족눈물 닦아주자” 자원봉사 밀물

  • 입력 2003년 2월 19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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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방화 참사사건으로 도시 전체가 충격에 쌓여 있지만 가족을 잃고 절망에 빠진 유가족들을 돕기 위한 자원봉사의 물결은 어느 때보다 따듯하다.

19일 오전부터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대구시민회관과 시신이 안치된 경북대병원, 동산의료원, 곽병원 등에 자원봉사자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70명과 대구은행 봉사단 30여명, 대구백화점 한마음봉사단 30명 등 200여명이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구시와 사고대책본부, 각 구청 등으로 접수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신청서는 이날 오후 5시 현재 500명을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소속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은 사고 현장인 중앙로역 부근에서 복구작업을 하고 있는 지하철공사 직원과 경찰들에게 아침식사와 음료수를 제공했다. 동부여성문화회관 소속 자원봉사자들은 경북대병원과 파티마병원 등지에서 부상자들의 간호를 돕고, 충격을 받은 유가족을 위로했다. 여성회관 여성자원활동센터 봉사자 25명은 시민회관 소강당에 마련된 유가족 대기실 앞에서 컵라면을 끓여 주고 있다.

대구백화점 한마음봉사단에서 12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류시태씨(37)는 “유족들의 슬픔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같이 하면 나눌 수는 있을 것”이라며 “하루빨리 충격에서 벗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적십자사 봉사단 소속으로 분향소에서 유족들에게 간식을 만들어주고 있는 김순옥씨(53·경북 경산시 남산면)는 “텔레비전을 보니 내 일처럼 가슴이 아파 아침에 서둘러 나왔다”고 말했다.

시와 지하철공사의 늑장대처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유족들도 자원봉사자들에게는 깊이 감사하고 있다. 실종된 여동생을 찾아 나선 이상훈씨(23·대구 동구 신기동)는 “자원봉사자들의 정성스러운 활동은 사고 수습에 전혀 성의를 안 보이고 있는 시나 지하철공사와 대조를 보인다”며 “자원봉사자들이 있기에 고통과 외로움을 버틸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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