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리포트]인질강도 늘었다…4년새 356% 증가

  • 입력 2001년 5월 28일 18시 45분


강절도 범죄의 양태가 은행 상점 주택 등 종래의 ‘장소’ 개념 위주에서 ‘사람’ 위주로 바뀌고 있다.

이는 경비 보안 시스템 등의 발달로 특정 장소에 침입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바깥에 나와 활동중인 사람이 주로 ‘공격’ 대상이 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경찰과 범죄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근래 들어 부유층이나 고수입 전문직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해서 현금과 신용카드 등을 빼앗는 범죄, 특히 인질강도범이 급증하고 있는 현상은 바로 이런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다.

▽늘어나는 인질 범죄〓지난달 3일 오전 9시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S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출근하려던 공인회계사 손모씨(41)가 3명에게 납치당했다.

인질범들은 손씨가 지니고 있던 개인용 신용카드와 법인용 신용카드로 5200여만원을 인출한 뒤 “가족들에게 연락해 금융기관에서 더 많은 돈을 빼내 오라”고 협박했다. 가족들은 인출한 돈을 제3자에게 전달해 주라는 손씨의 말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했고 다음날 돈을 받으러 약속 장소에 나온 인질범들은 경찰에 붙잡혔다.

인질범 배모씨(27)는 “지하 주차장에 주차돼 있는 고급 승용차의 소유주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같은달 23일엔 조모씨(28) 등 2명이 1000억원대의 재산가로 알려진 부동산 임대업자 서모씨(73)를 아파트 주차장에서 납치, 몸값을 뜯어내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서씨의 일거수 일투족을 6개월간 추적한 이들은 서씨가 70대의 고령인데다가 독신으로 혼자 산다는 것을 알면서도 집을 노리지 않고 집밖에서 서씨를 노렸다.

경찰청에 따르면 97년 16건에 불과하던 인질강도 범죄는 98년 41건, 99년 53건, 지난해 73건으로 지난 4년 사이 무려 356%가 증가했으며 올 4월까지의 발생 건수도 이미 30건에 달해 이런 추세라면 올해 100건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최근 5건의 인질강도 사건을 해결한 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이들 인질강도범의 전과는 대부분 단순 강절도였다”며 “여건의 변화에 따라 절도범들이 인질강도범으로 변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증가 이유〓사람들의 변화된 돈 관리 방식이 역시 가장 큰 요인이다. 부유층의 집은 대부분 사설 경비시스템으로 둘러싸여 침입이 어려운데다 침입에 성공하더라도 귀중품은 집 안이 아닌 은행 대여금고에 보관돼 있는 경우가 많아 침입의 실익이 없기 때문.

실제 사설 경비시스템 시장은 매년 15%씩 커지고 은행의 대여금고도 하루 150여명씩 신청자가 늘고 있다.

보안경비업체 에스원 소속 범죄예방연구소의 이현희(李賢熙·여)박사는 “신용카드가 확산되면서 자동응답장치(ARS)나 인터넷 등을 통해 카드의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범죄 수법도 발달하고 있다”며 “이제 사람이 ‘걸어다니는 현금’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각자가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청 이만희(李晩熙) 폭력계장은 “인질강도는 돈을 요구하는 과정과 신용카드 사용 과정에서 항상 틈이 있게 마련”이라며 “사건 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휴대전화와 공중전화 역추적, 택시회사와의 연계 등으로 검거율은 99.9%에 이른다”고 말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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