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다이제스트]「곤충의 행성」, 곤충세계의 신비

  • 입력 1999년 9월 10일 19시 19분


▼하워드 E 에번스 지음, 윤소영 옮김/사계절 펴냄/430쪽 1만 2000원▼

우리가 주인으로 행세하는 초록별 지구. 그러나 우리보다 더 번성하는 ‘것’들도 있다. 1에이커의 땅에는 무려 7억마리의 진드기가 산다. 우리는 이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미로 탈출을 배울 수 있는 ‘지성적인’ 바퀴, 완벽한 이중창을 부를 줄 아는 귀뚜라미, 변장의 천재 나비…. 지상에서 때로 어려운, 때로 화려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곤충가족의 면모를 현미경을 들여다보듯 비춘 책.

책의 내용 만큼이나 시선을 끄는 것은 온갖 비유와 유머로 독자를 매혹시키는 저자의 유려한 문장이다.

“화석 왕바퀴는 현존의 종(種)과 흡사해 성난 주부가 방금 납작하게 찌그러뜨린 듯 하지만, 최초의 주부는 그보다 2억5000만년 뒤에나 등장했다”는 등의 표현이 읽는 이를 즐겁게 한다. 동서고금의 시인이 갖가지 곤충에게 바친 송시(頌詩)도 행간을 풍요롭게 채운다.

지구 생태계의 파괴를 염려하면서도 저자는 인간과 곤충이 이어갈 ‘공존’에 비관적이지 않다. 동물계 종(種)의 감소를 우려한 카슨의 책 ‘침묵의 봄’에 대해서도 ‘과장되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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