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열전]유홍준 교수 "답사狂이 휴가라고 다르겠어요?"

입력 2001-07-18 18:44수정 2009-09-2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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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여년간 내가 답사의 광(狂)이 되어 제철이면 나를 부르는 곳을 따라 가고 또 가고…’.

답사여행의 매력을 전파한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씨(52·영남대 교수). 이 책 1권에 나온 이 글처럼 그는 철따라 전국 방방곡곡을 속속들이 누벼왔다. 그런 그도 여름이면 휴가를 떠날 터, 그 ‘휴가’가 그에게도 우리와 같은 의미로 다가가는지 궁금해 물었다.

“글쎄요, 휴가철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집사람이나 답사회원들과 어울려 한 3, 4일씩 답사를 다녀왔지요.”

답사에 대한 열정을 스스로 ‘광’이라 표현한 것은 정확한 듯싶다. 휴가도 답사여행으로 보냈을 정도니. 그러나 그 말에는 이유가 분명했다. 단순한 즐거움에 그치지 말고 ‘느낌이 있고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휴가’를 보내는 게 좋겠다는 그의 확고한 휴가관이 그것.

“휴가를 떠나 재미있게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일이지요. 그러나 그런 와중에서도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면 더욱 좋지 않겠어요.”

그는 “문화유산이 있는 곳은 경치가 좋고 경치 좋은 곳에는 반드시 문화유산이 있기 마련”이라며 “경치 좋은 곳을 찾는다면 문화유산부터 찾아 보는 편이 좋다”고 요령을 알려주었다. 경치가 아름다운 곳은 자연히 알려지고 그 덕에 거기에는 사람이 모여들어 숨결과 흔적이 남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미술평론가인 그가 문화유산 답사에 몰두하게 된 것은 무슨 연유일까. 그것은 국토와 문화유산에 대한 애정이다. ‘남도답사 일번지’로 꼽은 해남 강진(전남)부터 정선 아우라지나 미천골 깊은 산골(강원)에까지 길게 이어진 그의 답사 발자취. 그 끝에서 그는 서슴없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 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다”라고.

이런 자부심과 애정 만큼 환경과 국토를 훼손시키는 것에 대한 비판도 신랄하다. 그는 답사기를 통해 개발논리에 밀려 훼손되고 마구잡이로 파헤쳐지는 국토의 현장을 소개했다. 휴가를 떠나기 앞서 한번쯤 자연환경과 문화유산보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올 여름 휴가 계획을 묻자 그의 대답은 ‘없다’였다. “5년째 매달려온 추사 김정희평전의 마지막 손질을 해야 해요.” 8월말까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것이란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그래도 만일 올해 휴가를 가게 된다면?

“맑고 깨끗한 계곡에 가고 싶어요. 그 중에서도 지리산이 좋겠습니다. 지리산은 어느 자락이나 다 좋지요. 연곡사 피아골이나 대원사 계곡, 거기에 가고 싶네요.”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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