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다이제스트]「한탄강의 기적」

  • 입력 1999년 7월 9일 19시 30분


▼「한탄강의 기적」이호왕 지음/시공사/382쪽 1만2000원 ▼

저자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이학석사와 의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노벨의학상 수상에 가장 가깝게 가 있는 한국인으로 꼽힌다.

제1차 세계대전 와중 영국군들에게는 총칼을 앞세운 적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었다. 멀쩡하던 병사들이 고열에 시달리고 피오줌을 누며 쓰러진 것. 영국군은 이 사실을 군사비밀로 숨겼지만 이 괴질은 이후 2차 세계대전에서도 수많은 병사의 생명을 앗아가며 의학계의 숙제가 돼왔다.

들쥐가 옮기는 병, 유행성출혈열. 그 병원체인 한탄바이러스는 76년 한국인 의학자 이호왕박사에 의해 세계최초로 규명됐다. 그는 90년 유행성출혈열 예방백신까지 개발해냈다. 이 책은 그의 자서전이다. 병원체를 발견하고 치료법을 개발해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더 구해내려고 의학자로서 외길을 걸어온 그의 연구일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69년 미국 육군성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아 연구를 시작했지만 여러 명의 연구원이 한꺼번에 출혈열에 감염돼 연구가 중단된 일, 바이러스를 발견하자 이번에는 국제사회가 성공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 사실 등도 솔직하게 밝히고 있다.

자연은 한탄바이러스와 같은 유해한 미생물을 낳았지만 그 정체를 밝히고 정복하려는 과학자도 함께 낳았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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