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다이제스트]「거지성자」

  • 입력 1999년 6월 11일 19시 31분


▼「거지성자」전재성 지음 선재 312쪽 7500원 ▼

저자가 82년부터 89년까지 독일에서 인도 티베트 철학을 공부하며 교유한 인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불교학생운동의 리더였던 저자는 학생운동의 배후로 지목돼 경찰에 수시로 불려 다니며 고초를 겪던 중 쫓기듯 독일로 유학간다. 밤마다 시대의 악몽에 시달리던 유학초기 어느날 저자는 쾰른대 캠퍼스에서 남루한 옷차림으로 홀로 벤치에 앉아 그윽한 눈길로 호수를 바라보고 있던 이 ‘거지’를 처음 만난다. ‘목석처럼 앉아 있는 그를 보면서 나는 가슴을 찌르르 관통하는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꼈다. …처음 보는 순간, 나는 그에게 매료되었고 이루 형용할 수 없는 희열이 전신을 감쌌다.’

그뒤 저자는 그와 친해지면서 그의 정체를 어렴풋이 알게 된다. 그는 68년 프랑스 학생혁명에 참여했으며, 청년시절 사랑했던 연인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서구문명에 대한 회의로 방황과 여행을 거듭하던 중 동양사상과 종교에 심취한 인물.

가혹한 시련 속에서도 진리를 추구하는 두 사람의 삶이 긴장감 있게 그려지는 도입부는 독자를 끄는 힘이 있다. 중간중간 사군자와 명상법을 가르치며 생활비를 버는 유학생의 애환, 아직도 나치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독일 노인 이야기 등도 흥미롭게 읽힌다.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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